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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황

기자수첩/KRX 노조의 고뇌

"거래소 신임 이사장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이사장이 와야 한다."(2013년 4월 4일)

"이번 공모(公募)는 금융권에 대한 정권 말 막장 낙하산 공모(共謀) 드라마다. 후보 심사기간이 2주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공모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데다가 지원한 후보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는 전형적인 깜깜이 인사다. 정권 실세인 전직 차관급 금융관료를 앉히려는 요식행위다."(2016년 9월 13일)

각기 앞과 뒤를 보고 있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문과 모든 일의 시작을 지배하는 두 얼굴의 신을 고대 로마에서는 야누스(Janus)라고 불렀다. 문을 지키자면 하나의 얼굴론 어림도 없다고 여겼을까. 보통은 두 얼굴의 형태로 나오지만 네 개의 얼굴로 그려진 것도 있다.

한국거래소 노조의 행동을 보자면, 이 야누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13년 한국거래소 노조는 김봉수 전 이사장 임기가 8개월이나 남았는데도 노골적으로 증권사 출신 대신 '힘센 낙하산'을 보내달라는 성명서를 냈다. 속내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사가 와서 급여와 복지혜택을 늘려 달라는 것이었다. 능력만 있으면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꿈과 열정이 사라진 지 오래인 공공기관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어찌된 일인지 노조가 이번엔 '낙하산'을 떨어 뜨리겠다고 칼을 빼 든다.

거래소 노조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단독 후보 추천을 "박근혜 정권이 사실상 내정한 것"이라며 "정 전 부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자본시장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파업까지 운운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의 노조,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 밥그릇 챙기려 힘을 과시하는 노조. 어느 쪽이 노조의 진짜 얼굴인가.

영화 '스파이더맨 3'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말한다. 주인공 피터 파커는 대중의 연호가 이어지자 평소와 달리 우쭐해진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일자리를 잃은 애인 MJ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채 제 생각만 내세우다 결별을 선언당하고, 신문사에선 경쟁자 에디 브록에 밀려 해고당한다.

어쩔 줄 모르던 피터는 순간 심비오트라는 외계 유기체에 감염된다. 미증유의 힘을 지닌 '검은 스파이더맨'으로 바뀐 피터는 브록의 애원에도 불구, 특종이 날조됐음을 폭로함으로써 그를 궁지에 몰아넣고 삼촌을 죽인 샌드맨은 물론 친구인 해리에게까지 무차별적 폭력을 휘두른다. 심비오트 탓이라지만 실은 피터의 또다른 본성으로 볼 수 있다. 책임감 강하고 여리던 소시민적 영웅에게도 전혀 판이한 야누스적 본성을 보여준 것이다.

노조의 세(勢) 과시 자체를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어떤 이는 그들에게 '신의 직장'에서 일하는 선택받은 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도 힘 없는 노동자들이다. 나라경제자 자본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지 않는 한 법적 권익을 찾는 것도 마땅하다.

경우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안면을 바꾸는 게 인간의 속성인가. 한국거래소의 노조에 사심없는 욕심을 기대해 본다. /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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