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출시한 화웨이 'H폰'(왼쪽)과 KT가 출시한 화웨이의 '비와이폰'의 모습. / 각 사
"스펙은 놀랍게, 부담은 가볍게", "오직 실력으로만".
최근 LG유플러스와 KT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와 손잡고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각각 내세운 슬로건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를 내세운 중저가폰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프리미엄 스마트폰급의 성능과 부담 없는 가격을 내세워 국내 고객들의 니즈를 최대한 충족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화웨이는 27일 LG유플러스를 통해 'H폰'을 내놓고 중저가폰 시장에 진출한다. 오는 29일부터 정식 출시되는 H폰은 출고가 24만2000원으로, 일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의 30~40% 수준이다. 이 제품은 화웨이가 'X3'와 'Y6'에 이어 LG유플러스를 통해 선보인 세 번째 스마트폰이다. 최근에는 KT와도 손잡고 중저가 스마트폰 '비와이(BeY)'를 출시하기도 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가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또 다시 보폭을 넓힌 셈이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와 손잡은 이유는 '중저가폰 라인의 확대'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 제품은 갤럭시 A시리즈나 J시리즈와도 성능이 크게 뒤처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저렴하다"며 "특히 이번에는 카메라 기능이 특화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서는 Y6의 후속모델로 출시됐지만, 한국형 모델로 하이밸류(High-value)라는 뜻의 H폰으로 이름을 바꿨다.
실제로 H폰은 후면 1300만, 전면 800만 고화소 카메라와 5.5인치 대화면, 3000mAh 배터리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갖췄다.
앞서 지난해 LG유플러스를 통해 출시된 화웨이의 'Y6'는 걸그룹 멤버 쯔위를 모델로 앞세워 출시 한 달 만에 2만대 이상이 팔리며 저가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10만대를 넘어선다.
KT가 지난 1일 출시한 화웨이의 비와이폰도 5.2인치 풀 HD 디스플레이와 3기가바이트(GB)램을 탑재했을 뿐 아니라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만 지원되는 지문인식 기능을 갖췄다. 출고가는 30만원대로 H폰보다는 비싸지만, 공시지원금에 추가지원금을 받으면 공짜로 구매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판매실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켜보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 그룹은 세계 시장서도 올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41% 증가한 774억 위안(약 13조1600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6056만대를 달성했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밝힌 올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인 3.1%를 8배 이상 넘어선 수치다.
이러한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서 내세우는 무기는 '가성비'다. 10만원에서 30만원대까지 합리적인 가격에 지문인식 기능, 풀HD 디스플레이 등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춰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화웨이에는 기회다. 고가 스마트폰과 대규모 보조금이 제품 선택의 기준이던 관행이 사라져 가성비가 뛰어난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사를 선택하는 이용자도 늘어났다.
그간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선택권이 제한돼 있는 국내 시장이 화웨이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외산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폰=저가폰'이라는 이미지가 아직까지도 남아있고, 삼성전자나 LG전자도 '갤럭시A', 'X시리즈' 등 중저가 단말기를 다양화 해 국내시장 사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국내 시장을 통해 내놓은 제품들의 실적이 아직까지 예상보다 좋지 않아 시장에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애프터서비스 인프라나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극복하지 않는 이상 갤럭시나 아이폰 등 프리미엄폰에 대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