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응집물질 물리학을 연구해온 데이비드 사울리스 워싱턴대학 교수, 던컨 홀데인 프린스턴대 교수, 마이클 코스터리츠 브라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학술원은 4일 오전(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위 세 사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울리스(왼쪽부터), 홀데인, 코스털리츠 교수. / 뉴시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물질의 위상 1·2차원의 물질 변화(상전이)를 규명한 영국인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일상 생활이 벌어지는 3차원이 아닌 낯선 1차원과 2차원으로 상전이 이론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 데이비드 사울리스(82) 미국 워싱턴대 교수, 던컨 홀데인(65) 프린스턴대 교수, 마이클 코스터리츠(74) 브라운대 교수 등 이론 물리학자 3명을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의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1970∼1980년대부터 별난 물질(exotic matter)의 상태와 위상 문제를 꾸준히 연구해 물리학은 물론, 전자공학 발전 가능성을 한층 넓힌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에 대해 "물질의 미스터리를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돌파구를 마련했고 혁신적 물질의 발전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고안해 냈다"며 "재료과학, 전자공학 양쪽에 모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이들은 특히 수학에서 사용하는 위상(位相) 개념을 물리학에 적용하면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위상기하학(Topology)은 변형력이 가해졌을 때 변하지 않는 물질과 공간의 위상적 성질을 연구하는 분야다.
3명의 수상자는 물질의 특이한 상태와 위상에 대한 연구에 천착해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물질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물질의 '위상적 상전이'와 '위상적 상'을 이론적으로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위원회는 "이들은 초전도체, 초유동체, 자기 박막 같은 특이한 상태나 위상의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 고급수학의 방법론을 활용해 왔다"며 "이런 개척적인 연구 덕분에 오늘날 별난 물질(exotic matter)에 대한 추적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울리스 교수는 제자인 코스터리츠 교수와 2차원 환경에서 위상 상전이를 발견했다. 1970년대 초전도, 초유체 현상이 박막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당시 이론을 뒤집고 초전도 현상이 저온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와 함께 초전도 현상이 고온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은 3차원으로 에너지가 낮을 수록 기체→고체→액체로 물질의 성질이 변하는 상전이 현상이 벌어진다. 하지만 1차원과 2차원에서의 물질 변화는 규명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사울리스와 코스털리츠가 1972년 논문을 발표하기 전까지 학계에서 이론적 논의가 드물었다.
홀데인 교수는 1980년대에 이들의 연구 성과를 1차원 상태까지 진화시켜 겉과 안의 속성이 다른 물질을 탐구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홀데인 교수는 수상 직후 스톡홀름 기자회견장에 연결된 전화를 통해"노벨상을 받아 놀랍고 기쁘다"며 "우리의 연구는 오래전에 진행됐는데 그 연구가 결실을 맺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들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세 수상자들의 공적에 따라 상금을 다르게 배분했다. 상금의 절반은 가장 큰 공적을 남겼다고 평가되는 사울리스가 받으며, 나머지 절반은 홀데인과 코스터리츠가 나눠 받는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전날 생리의학상(오스미 요시노리·일본·자가포식 연구)에 이어 발표됐으며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문학상이 다음주까지 차례로 발표된다.
수상자들에게는 800만 크로네(약 1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열린다. /김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