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시선이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식을 공매도한 기관투자자 쪽으로 향하면서 미공개 정보의 2차 이상 다차(多次) 수령자에 대한 첫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지금까지 처벌된 사례는 없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한국거래소는 기관투자자들이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이 취소됐다는 한미약품의 악재 공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공매도에 나섰는지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식 전체 공매도량은 10만4327주였다. 이 가운데 5만 471주가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 직전(오전 9시 28분까지)에 쏟아졌다.
이는 회사의 공시 정보가 사전 유출돼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등 기관투자자들로 넘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다차' 수령자 처벌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지난달 30일 악재 공시 전 공매도는 정상적인 투자 패턴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한미약품은 정보유출을 한 전례가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작년 10월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빼돌린 직원과 이 정보를 듣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적발한 바 있다.
미공개 기업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부터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처벌을 이전보다 강화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가족모임이나 동문회 등 사적인 자리에서 지인에게 들은 얘기로 투자를 했고, 그것이 미공개 정보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 기존 규제 대상자들은 형사처벌을 받고 2차 이후의 정보수령자들은 과징금을 물게 된다. 과징금은 미공개 정보로 얻은 이익의 최대 1.5배(이익 및 회피 손실액의 1.5배가 5억원 초과시)다.
다만 인터넷 게시글을 본 투자자 처럼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개된 정보를 접했거나, 일식집 종업원이 '우연히'들은 정보로 투자한 사람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불똥이 튈까 걱정이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개인 메신저의 자체 검열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펀드매니저들이 기업 IR 담당자 등과 나눈 의견이 나중에 문제될 수 있어서다.
더 큰 걱정은 정상적인 투자까지 위축될 가능성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의 생명은 정보다. 처벌 잣대가 강화된다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한미약품 사태로 헬스케어펀드의 손실도 커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일 종가 기준 21개 헬스케어펀드(설정액 8천719억원)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67%로 집계됐다. 특히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공개한 지난달 30일과 전날의 주가가 반영되면서 최근 1주일간 3.38%의 평가 손실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