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공모제도 개편을 통해 장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보다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조성된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같이 적자를 내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5일 금융위원회는 이를 골자로 하는 '역동적 자본시장 구축을 위한 상장·공모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이날 "지금까지 우리 증시는 상장기업 도산에 따른 투자자 피해방지를 위해 엄격한 재무적 기준을 적용해 매출과 이익이 있는 기업 위주로 상장을 허용해 왔다"며 "성장성 있는 기업이 사업확장을 위한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상장·공모시장 본연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지나치게 경직적인 재무적 상장요건을 완화해 상장주관사가 성장성 있는 초기기업을 적극 발굴, 상장시킬 수 있는 상장주관사 중심의 특례상장제도, 일명 '테슬라 요건'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기술평가 특례상장제도'와는 별개로 자기자본·생산기반·시장인지도 등이 취약한 초기기업을 위한 별도의 상장제도로 운영해 적자상태에 있는 기업도 코스닥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직전 매출액 30억원 이상, 직전 2년 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인 기업이거나 혹은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공모후 주당순자산가치 대비 공모가(PBR) 200% 이상인 기업이 해당된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질적심사 기준을 신설하고 매출, 이익 등에 관한 요건은 상장 후 5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한다.
금융위는 "성장성 있는 기업이 실제 상장으로 이어지고 테슬라 같은 기업이 되려면 기업을 발굴하는 주관사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테슬라 요건'을 활용하는 상장주관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혁신기업을 발굴·상장시킬 수 있게 증권신고서에 공모가 산정근거를 적시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수요예측 참여 범위와 배정방식 등에 관한 자율성도 확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50억원 미만 소규모 IPO에만 허용되는 경매방식이나 단일가격 방식을 일반적으로 허용하고 가격발견에 도움을 준 신뢰성 있는 기관투자자들을 우대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이익 미실현 기업 위주로 상장을 주선하는 주관사는 더 높은 상장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신주인수권 등 자본이득을 취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무분별한 상장·공모로 시장신뢰와 투자자보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장주관사가 일반청약자에 한해 상장 후 6개월간 풋백옵션을 보장하는 시장조성제도를 도입한다. 기관투자가들은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일반청약에 참여할 수 없다.
박 과장은 "이번 방안은 기존 상장·공모절차는 유지한 채 상장예비기업과 상장주관사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추가한 것"이라며 "주관사의 영업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는 올 4분기 중 코스닥 상장규정과 증권신고서, 인수업무규정 등을 개정해 연내 상장·공모제도 개편방안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