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책] 두 소녀의 찬란한 성장통 '길 위의 소녀'
비채/델핀 드 비강 지음
'길 위의 소녀'는 현대 프랑스 문단이 가장 주목하는 작가 델핀 드 비강이 선보인 역작이다.
이 책은 지적 조숙아 소녀 '루'와 홈리스 소녀 '노'의 만남을 통해 성장의 이야기는 물론, 노숙자라는 사회문제까지 다룬다.
이야기는 IQ 160의 루가 발표 수업 주제로 노숙자를 택한 것을 계기로 파리 시내 기차역에서 노숙하는 소녀 노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학교생활과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천재 소녀와 더러운 옷을 입은 채 시내를 떠도는 소녀의 공통분모는 외로움이다.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위험하고도 도발적인 실험을 시작한다.
작가는 두 소녀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책 속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책을 읽는 내내 성장소설 특유의 감동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화자인 소녀 루의 눈을 통해 세상을 묘사하기 때문에 13살다운 순진한 동정심과 지적 조숙아다운 성숙한 연민이 적절히 융합되어 있다. 작가는 비참한 현실을 직시할 뿐, 결코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편들지 않았다. 그저 현재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짚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이러한 담담한 서술은 되레 읽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꿈과 현실의 격차, 소통과 신뢰의 가능성과 한계, 다른 세상을 포용하고 자기 삶과 동화한다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아름답고도 감각적으로 묘사했다. 아울러 홈리스를 둘러싼 사회의 부조리와 보이지않는 폭력에 대한 비판도 녹여냈다.
평단에서는 성장소설의 장점을 고스란히 지닌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까지 가미된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독자의 열광적 반응이 이어지면서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프랑스 서점 직원 2000명이 뽑은 '프랑스 서점대상'과 국제연합단체 로터리인터내셔널재단에서 수여하는 '로터리상',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저자 델핀 드 비강은 현재 파리에 거주하면서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304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