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들이 LG유플러스의 '아이폰6S' 32GB 단독 출시 소식을 알리고 있다. / LG유플러스
# 2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최근 삼성 '갤럭시S6'로 휴대폰을 바꿨다. 출고가 67만9800원의 고가폰이지만 지원금을 받아 27만9800원에 구입했다. 삼성 갤럭시노트7, 애플 아이폰7에 등 신형 프리미엄폰에도 눈이 갔지만 80만원을 넘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최씨는 "예전과 달리 요새 나오는 신형 프리미엄폰은 기능과 성능도 비슷비슷한데 가격이 비싸 새로 구입하기 부담스럽다"며 "성능은 비슷하지만 검증되고 구형 모델에 지원금도 몰려 갤럭시S6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물 간 것으로 인식됐던 '구형폰'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 V20, 아이폰7 등 신형 프리미엄폰이 이동통신 시장에 등판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출시 15개월이 넘은 단말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신형 프리미엄폰들의 판매가 부진하자 이통사들이 매출 확대 차원에서 구형폰 중심으로 자금 지원을 늘리고 있어 보조금 투입 대상이 최신폰에 구형폰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아이폰6S' 16기가바이트(GB) 모델의 출고가를 기존 86만9000원에서 69만9600원으로, '아이폰6S플러스' 16GB 모델은 99만9900원에서 83만3800원으로 가격을 동일하게 낮췄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아이폰 6S·6S플러스 32GB 모델을 이통사 단독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기존 국내 통신사에 출시된 아이폰6S·6S플러스는 16GB, 64GB, 128GB 등 3종이다. 32GB 모델이 국내 통신사를 통해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지난달 32GB 모델을 추가해 대용량이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를 공략했다. LG유플러스는 인기를 끈 구형폰의 선택지를 넓혀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에서 판매하는 32GB 용량의 아이폰6S의 출고가는 77만9900원, 아이폰6S플러스는 91만9600원이다. 전국 유플러스 매장과 온라인 직영몰 '유플러스샵'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6'(왼쪽)와 삼성전자 '갤럭시S6엣지' 모델. / 삼성전자
출시 15개월이 지난 구형 프리미엄폰 '갤럭시S6' 모델도 보조금 33만원 상한선이 풀리고 지원금이 늘어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KT는 지난달 9일 '갤럭시S6(32GB)'의 지원금을 6만원대 요금제 기준, 40만원으로 올렸다. SK텔레콤의 갤럭시S6 지원금도 39만9000원으로 KT와 비슷한 수준이다.
'갤럭시S6엣지(32GB)'의 지원금도 최대 30만원으로 올라 29만9500원에 단말기를 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신형 프리미엄폰에 대한 가격 경쟁이 사라지고 이동통신 3사 모두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책정하고 있는 것도 구형폰을 찾게 하는데 한 몫 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 나온 갤럭시노트7(출고가 98만8900원)과 V20(출고가 89만9800원)의 경우 출고가가 높지만,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은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실제 부담하게 되는 '실구매가'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갤노트7에 대한 지원금은 현재 월 6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14만~15만원 수준(20% 요금할인은 31만6800원)이고, V20은 월 6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10만~15만원 수준(20% 요금할인은 31만6800원)에 불과하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형 프리미엄폰의 경우는 공시지원금보다 20% 요금할인 혜택을 받아 구매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통사에 지원금을 높게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신형 프리미엄폰 시장 성장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번호이동건수는 신형 프리미엄폰의 출격에도 46만9045건을 기록했다. 일평균으로 보면 1만5635건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14만8898건, 전년대비 8만5923건 낮은 수준이다. 오는 21일 출시 예정인 아이폰7 또한 기존 이어폰 잭을 없애고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별도 판매한다는 점과, 방수·방진 기능 등 각종 성능 논란에 휩싸여 낙관적인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해 15개월이 지난 스마트폰도 신제품과 성능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신폰보다는 가격이 싸지는 시기를 기다렸다가 합리적을 구매하는 경향이 대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