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올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또 중국의 물량공세에 밀려 한동한 힘겨운 시간을 보낸 포스코도 올 3분기 예상밖 선전을 거둘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차는 노조 파업과 계절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부실기업(=워크아웃)으로 낙인 찍히며 무려 10년간을 주인없는 회사로 떠돌았던 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편입된 뒤 대규모 투자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에 힘입어 최근 시가총액 3위의 자리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4조3600억원, 영업이익이 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선전은 D램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
D램 가격 상승으로 수급 개선이 이뤄져 SK하이닉스 실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D램 가격이 폭등하고, 재고는 줄고 있는데 D램업체들이 당장 생산량을 늘리기 쉽지 않아 당분간 성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신제품 출시 집중으로 모바일 D램 수요가 늘었고 애플의 아이폰7이 메모리 용량을 확대하는 등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4분기까지도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21나노 공정이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출하량은 증가하고, 원가는 더 감소하는 국면에 들어서 향후 의미있는 수준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포스코는 중국발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깜짝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고부가 철강재로 분류되는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에 성공한데 이어 미운오리로 지적됐던 주요 해외 철강법인도 전분기에 이은 흑자기조가 유지되면서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를 나타낼 전망이다.
올 3분기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8593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전년동기대비 31.8% 증가한 수치다. 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철강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큰 폭의 증가세지만 지난해 3분기 해외 철강법인을 포함한 계열사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로도 볼 수 있다. 당기순이익은 4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56% 감소한 13조498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포스코의 3분기 실적개선은 원료탄 가격 상승 덕분에 철강재 가격 인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석탄 설비에 대한 폐쇄를 강제로 시행하고 있어 철강재 가격 급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조선용 후판의 경우 최근 가격을 인상했고, 지난달부터 자동차 강판의 가격도 인상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는 유통향 열연 가격도 10월 중 톤당 2만~3만원 인상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철강 가격 상승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 4분기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미송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포스코는 해외 철강 자회사의 실적도 양호하고 철강 이외의 자회사도 큰 이슈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문제의 건설부문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실적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이익 안정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3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노조 파업과 추석 연휴의 영향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차는 3분기에 영업이익 1조279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줄 것으로 추정됐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파업과 추석 연휴 등 국내 요인과 더불어 러시아 브라질 아프리카 중동 등 4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9월 누적 현대차 글로벌 판매가 전년 대비 2% 증가한 반면, 신흥국 판매는 13% 감소하며 전체 판매를 둔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4분기부터는 신흥국 수요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송 연구원은 "현대차는 4분기에 공장 가동률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 기저효과까지 발생해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늘어날 것"이라며 "신흥국시장에서도 최근 환율이 안정되면서 저점을 지나 반등을 노리고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차량 리콜소식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9일 미국 북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결함' 논란에 휩싸인 세타 엔진을 탑재한 2011~2012 쏘나타가 미국 소비자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해 이 차량을 구매한 모든 고객의 수리 비용을 전액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현대차는 보상 대상에 이 문제로 이미 지난해 미국에서 리콜한 2011~2012 쏘나타뿐 아니라 2013~2014 쏘나타도 포함해 엔진 문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광범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