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한미약품 여파는 신약 개발 위한 '성장통'
최근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늑장공시 의혹 등 한미약품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정)' 사태가 제약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의약품 수출과 해외 진출 등의 성과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올무티닙 사태가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대표주자'로 떠오른 한미약품의 이미지가 떨어지면서 그 여파가 다른 제약사로도 퍼지는 형국이다.
신약 개발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산업이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평균 10년이 넘는 기간과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투자하지만 개발에 성공해 시판 제품으로 출시할 확률은 9.6%로 극히 낮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중 임상 중단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신약 개발을 위한 성장통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즉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개발 중단으로 제약업계 신약개발이 위축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 올무티닙의 기술 계약 해지로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알려졌다"며 "신약 개발은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며 국내 제약사의 연구 개발 역량이 높아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더 긴 호흡으로 냉정히 접근할 때"라고 말했다.
서희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술 개발 수출 후 계약 반환은 글로벌 신약 개발 과정 중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약품 사태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성장통'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쪽으로 업계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임상 중단은 드문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나치게 성공을 낙관해왔다는 것도 이번 기회를 통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외 마케팅으로 얻는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두 번째와 세 번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북미 유통사 선정을 알리면서 이례적으로 계약금 반환 가능성을 표기했다.
그동안 제약업계가 전체 계약규모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선급금 내역과 이 중 일부가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반환될 수 있다고 사전에 밝힌 셈이다.
유병삼 셀트리온 이사는 "기술수출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우선 금액과 구체적인 조건을 명쾌하게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상업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사전에 제대로 알리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지나친 기대감을 조장하는 움직임이 많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수출 등에 대해서는 성과와 향후 불확실성을 제대로 공개하는 쪽으로 변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미국 제약업체 제넨텍과의 1조원대 기술 수출 계약 내용을 공시한 뒤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BI)에 기술 수출했던 올무티닙의 기술 수출 계약해지 내용을 공시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BI로부터 수취한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6500만달러(한화 약 718억원)는 반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기술수출 당시 한미약품이 밝힌 총 계약규모 85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