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원금 보장 비보장 비중 추이자료=유안타증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 50대 강남 큰 손인 이 모씨. 그는 물려받은 자산과 금융소득으로 생활하는 '위험 중립형' 투자자로 분류된다. 그는 요즘 주가가 오르자 고민에 빠졌다. 연초 하락장에 베팅하는 '청개구리펀드(리버스펀드)'에 가입한게 화근이었다. 고심 끝에 국내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찾았다. PB의 조언대로 우선 사모 주가연계증권(ELS)에 자산의 약 20%를 넣었다.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1억원을 예치하면 은행에서 계산해준 세후 이자가 연간 100만~150여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아까운 돈을 은행에 묶히느니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곳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2. 회사원 최 모씨(45)는 주가연계증권(ELS)에 추가로 돈을 넣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했다가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서다. 기초자산 종목 주가가 기준가보다 50% 넘게 하락하지 않으면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지금 투자하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는 PB의 말을 다시 한번 믿어 보기로 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발 길이 사모와 원금 비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다시 향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쫓아 불나방 처럼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 비중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시장 급변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 ELS발행액은 4조 3809억원 (전월 대비 8123억원 증가)이었다. 또 10개 중 9개(92%, 총 4조원)는 원금을 날릴 수 있는 상품이었다.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ELS는 6월 2조1000억원에서 7월 2조3000억원, 8월 3조2000억 등으로 가파른 증가세다.
맞춤형 상품을 찾는 자산가들이 늘면서 사모형도 31%나 됐다. 공모와 달리 기초자산, 상품 구조 등을 바꿀 수 있는 데다 투자 시점을 자신이 직접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사모 ELS가 기관들 몫이었지만 지난해부터 거액 자산가를 비롯한 개인투자자를 위한 상품이 증가하면서 상품 숫자가 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장사하기 편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회사도 공모보다 쉽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사모 ELS를 발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사모 ELS를 요청할 때 규모가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수 백억원에 이른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사모ELS의 가장 큰 매력은 수익률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2016년 자본시장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2003~2015년 상환된 약 10만건의 공·사모 ELS 중 사모형의 실현 수익률은 3.24%로 공모형보다 0.31%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의 기본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대박을 꿈꾸며 불나방 처럼 달려드는 것을 경계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처럼 깡통을 찰 수도 있기 때문이다.
ELS의 조기 상환률도 그다지 높지 않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발행된 ELS 중 6개월 경과 후 조기 상환된 비율은 33.4%에 불과했다. 연도별로 조기상환 비율은 2012년 74.7%, 2013년 57.0%, 2014년 88.6%였다.
ELS의 평균 목표 수익률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ELS 목표 수익률은 2012년 연 9.31%에 달했지만 2013년, 2014년, 2015년 각각 연 7.39%, 연 7.17%, 연 6.42%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증권사가 제시하는 최고 수익률에만 눈길을 주지 말고 상환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이익금에 대해서만 일정 비율을 떼는 펀드환매와는 달리 평가금액의 10%에 달할 정도로 중도 환매수수료가 높아 여유자금을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