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열린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금감원의 입장과 향후 처리계획' 브리핑에서 권순찬 부원장보가 발표배경을 설명하고 있다./금감원
대법원이 최근 소멸시효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 자살보험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초강수를 두고 있기 때문. 생보사는 법원 판례를 따르자니 금감원의 눈치가 보이고, 금감원의 지시를 지키자니 '배임죄'가 걸린다.
정치권은 이에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생보사들을 위해 소멸시효 연장 법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지급 않을 경우 제재 가할 것"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상황이 위태롭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생보사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지만 금감원의 제재나 여론의 비난이 걸린다. 금감원이 생보사를 압박, 미지급시 행정제재를 내리겠다는 초강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생보사로선 대법원의 판결을 어기고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자니 배임죄 소지가 신경 쓰인다.
금감원은 "생보사들이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났으면 자살해도 일반사망보다 2~3배 높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관에 명시해 놓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한 채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보험업법을 어긴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제때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은 14개 생보사 모두를 제재할 예정이다. 특히 ING, 신한생명 등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보험사에 대해선 제재를 하되 늦게라도 보험금 지급을 한 사유를 참작할 방침이다. 사실상 배임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삼성, 한화, 교보 등 보험사에 대한 자살보험금 지급 촉구로 해석된다.
◆지급 연장법 발의…3년간 보험금 청구 가능
정치권은 자살보험금 지급에 따른 배임죄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생보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문제없이 지급할 수 있도록 그 물꼬를 터주겠단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위해 소멸시효 특례를 적용하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기간 연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오는 18일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약관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은 생명보험사의 책임이므로 소멸시효에 대한 특례를 통해 정당한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보험수익자의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시행일로부터 3년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국회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소멸시효가 경과된 자살보험금은 삼성생명 556억원, 교보생명 242억원, 알리안츠생명 127억원, 한화생명 108억원, KDB생명 74억원, 현대라이프생명 67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