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등으로 성수기를 맞고 있는 시멘트업계가 전국철도노조, 화물연대 파업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의 파업이 자칫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더 길어질 경우 철도기지에 있는 시멘트 재고량이 바닥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철도기지에 있는 시멘트 재고량은 파업전 약 50% 수준을 보이던 것이 현재 20% 정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시멘트회사들은 평소 철도기지의 시멘트 창고에는 최대 저장용량의 절반 정도만 채워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시작한 철도노조 파업이 3주째에 접어드는 등 동맥이 막히면서 쌓아놓은 시멘트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것이다.
충북 단양, 제천과 강원도 영월 등에 시멘트공장을 두고 있는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시멘트회사들은 철도로 충북 도담역을 출발해 덕소, 팔당, 의왕, 성북, 수색 등의 기지에 시멘트를 실어나르고 있다. 통상 충북 도담역에서 수도권 주요 역까지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역에서 레미콘 공장 등이 있는 수요처까지는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로 불리는 화물트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철도 파업에 화물차 파업까지 겹히면서 운송에 차질을 빚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에 있어)철도운송은 대동맥이고 도로운송은 모세혈관인데 대동맥이 시원치 않아도 모세혈관이 원활하면 신체 곳곳에 혈액(시멘트)이 제대로 공급될 텐데 지금은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라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재고량이 더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가을은 건설 공사가 가장 활발해 시멘트 업계로선 성수기로 꼽힌다. 시멘트 수송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파업으로 애먼 시멘트회사들로 불똥이 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수송 열차의 경우 한량당 52톤의 시멘트가 실린다. 열차는 통상 20량이 움직이고 있어 한번에 약 1000톤의 시멘트를 수송할 수 있다. 하지만 BCT로 불리는 트럭으로는 고작 25톤 정도만 실어 나를 수 있다. BCT 40대가 움직여야 열차와 맞먹는 셈이다. 물론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화물연대 소속 BCT가 많지 않은 것은 그나마 업계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충북지역의 경우 등록된 BCT 780여대 가운데 약 25%인 200여 대만 화물연대 소속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철도노조 일부 노조원의 업무 복귀로 시멘트 출하량도 파업 직후인 30% 수준에서 현재 50~75% 정도까지 올라간 것도 업계로선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대목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시멘트 수송 비율은 BCT가 담당하는 육상이 40%로 가장 많고, 철도와 해운이 각각 30%다. 강원도 삼척, 동해 등에 있는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한라시멘트가 수송시 주로 배를 이용한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컨테이너 차량 운전자 8377명 가운데 16명(0.2%)이 운송회사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두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1426명(17%)은 주말에 이뤄진 사전수송으로 물량이 없어 일을 쉬었거나 회사에 미리 사정을 얘기하고 업무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로 단순 운송 미참여자로 분류됐다. 직접 운송거부에 나선 화물차운전자 비율이 저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