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월 3.2%에서 4월 3.0%, 7월 2.9%로 석 달마다 하향 조정됐다. 13일 2.8%로 성장률을 또 다시 낮추면서 9개월 사이 0.4%포인트나 낮아졌다. 지난 2014년 3.3%에서 지난해 2.6%로 떨어진 경제성장률이 내년까지 2%대를 기록하면 3년 연속 2%대로 저성장 기조가 유지된다.
이날 한은은 '2016~17년 경제전망'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국내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세계교역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 등으로 2.8%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소득여건 개선 미흡 등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설비투자는 글로벌 경제여건 개선 등으로 내년 중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봤다. 또 건설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규모 축소 등으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상품수출은 세계교역 신장률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 같은 전망은 장밋빛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소비·수출·고용 등 곳곳 불안…위태로운 한국경제
우선 그간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온 내수가 상승 곡선을 유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활발해진 건설투자가 내년에는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건설투자는 지난해 동기보다 10% 정도 늘면서 경제성장률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시장은 공급과잉 우려로 신규 분양이 줄면서 건설투자 증가세가 빠르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내년 부동산 과잉 공급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등 건설투자를 감소시킬 만한 요인이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소비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 125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가 소비 동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올 하반기 하방리스크도 커져 앞으로 구조조정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실업률이 오르면 민간소비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
통계청은 최근 고용동향 발표를 통해 지난 9월 실업률은 3.6%로 매년 9월 기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년실업률은 9.4%까지 치솟았다.
◆이주열 "내년 2.8% 성장 낙관적이지 않아"
대외 수출 역시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경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계속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주요국으로 번지고 있다.
기업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함은 물론 잇따라 각종 악재가 뻗친 것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이에 따른 여파로 영업손실은 물론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까지 맞았다. 현대차도 올 하반기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종료에 따른 내수 판매 부진과 노조 파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도 난관이다. 미 연준이 올 12월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내외금리 차 축소에 의한 자본유출 우려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도 여의치 않다. 앞으로의 경기 부진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쓸 여지가 적어진다.
다만 이 같은 시각에 이주열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차례 금리 인하에도 불구 금리정책 대응 여력은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날 한은이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타 연구기관에선 한은이 전망한 성장률(2.8%)보다 낮은 2.2%~2.5%를 내년 경제성장률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내년 2.8% 성장은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상하방리스크를 살피면서 균형있는 관점을 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