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당시 UN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에 사전 의견을 구한 뒤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둔 진실게임이 정치권을 집어삼키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이 같은 공세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문 전 대표를 엄호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정말 왜곡된 남북문제가 이번 기회에 밝혀져야 할 것"이라면서 "역사를 새로 바로잡는다는 심정으로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의총으로 전열정비를 하고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전 장관 회고록 문제로 새누리당이 신난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녹아내리는 색깔론 빙하 위에 올라탄 것"이라고 밝혔으며, 문 전 대표의 측근 김경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순실 의혹을 덮기 위한 정치공세"는 입장을 밝혔다.
한 발 물러나 있던 국민의당도 문 전 대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동시에 새누리당의 '색깔론'을 비판하는 양비론을 펼치며 공방에 합세했다.
이렇듯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에 대한 의혹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송 전 장관과 이 내용 관련자들의 진술이 다르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가 사실이 아닌 것을 썼겠느냐. 공직에 30여년 있던 사람이 소설같이 썼겠느냐. 책임을 지겠다는 확신 없이 그런 말을 했겠느냐"며 회고록 내용은 모두 '사실'임을 재차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18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입장과 관련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측근에게 "상식적으로 북한에 물어볼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당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2007년 대북인권결의안과 관련한 3차례 회의에서 '북한에 의견을 들어보자'는 발언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도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이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하자고 했다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전면 부인했으며,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도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듯 양쪽으로 갈린 진술에 대한 사실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강공이 지속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진실게임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