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업자의 '갑질'로 하청 중소기업이 폐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사업자도 중소기업이지만 또다른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면서 납품 대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납품을 취소해 결국 문을 닫게 만든 것이다.
19일 중소기업청은 전날 의무고발요청권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로 중소기업을 폐업에 이르게 한 에코로바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의무고발요청제도란 중기청장 등이 공정위가 소관하는 5개 법률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 고발을 요청할 경우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제도다
1990년 설립한 에코로바는 등산용 의류 및 제화를 제조해 판매하는 회사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브랜드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병근 대표가 전체 지분의 68%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경영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467억원으로 제조업 규모상 중소기업에 속한다.
그런데 에코로바는 이지스포츠에게 일감을 주면서 납품 대금을 늦게 주거나 아예 주지 않았고, 부당하게 위탁을 취소하는 등 수 차례 하도급법을 어겼다.
이때문에 공정위로부터 재발금지명령 및 과징금 5400만원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하청업체인 이지스포츠는 일어설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에코로바의 '갑질'로 입은 직접 피해액만 9억5200만원에 달했다. 또 위탁받은 물품을 제조하기 위해 돈을 더 쏟아붓는 등 추가 피해도 상당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양측간 거래가 중소기업끼리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부당한 위탁취소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판단해 (공정위에)고발 요청을 결정했다"면서 "앞으로 의무고발요청권을 더욱 활발하게 행사해 법 위반기업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강력히 처벌하는 동시에 위법행위에 깊이 관여한 책임자들도 적극 고발요청함으로써 처벌 효과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도 고발요청 명단에 올랐다.
CJ대한통운은 크레인 운송 용역을 중소기업인 케이엘에스에게 위탁하면서 서면 지연발급·미발급, 부당한 위탁취소 등 다수의 하도급법을 위반해 공정위로부터 재발금지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케이엘스는 약 36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청 관계자는 "부당하게 위탁을 취소한 행위는 수급사업자가 피해를 미리 예측할 수 없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 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심각한 경영상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중대한 위법행위"라면서 "이를 엄중히 근절해야 할 필요가 있어 고발을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CJ대한통운은 그동안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천하는 등 준법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활동도 적극 펼쳐왔다. 특히 앞서선 크레인을 제작하는 발주자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CJ대한통운도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