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너무나 익숙한 그 무엇이 바로 사랑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고객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마케팅은 한편으로 쉽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일이다.
'백설'은 1953년부터 우리 곁에 우리의 식탁에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항상 곁에 있어서 미처 알아차리진 못했을 뿐이다. 이렇듯 알고 있다는 것과 사용한다는 것, 구매한다는 것과 그 브랜드를 사랑한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이제 백설을 사랑하게 만들 차례였다.
1953년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왔고 우리의 추억을 함께 한 브랜드였다는 것을 알리는 일. 백설 로고에 나타나있는 눈꽃송이의 달콤함, 눈꽃같이 흰 밀가루의 고소함. 그것이 모여 만들어 낸 만두, 고소한 식용유, 다시다 김혜자님의 '바로 이 맛이야' 등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백설다움'은 그 어느 다른 곳이 아닌 백설 안에 이미 존재하고있었다.
어느 집에 놀러 가보니 다른 집에는 종지 하나만 있어도 고이 모실 이조 백자가 너무 많아서 막접시로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자산인 전통과 추억과 역사를 오래됐다는 이유로 구질구질하다고 버리고 싶어했던 것이다. 우리가 눈 여겨 보지 않았을 뿐 누가 알아주길 기다리며 백설은 6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왔다. 그 자체가 우리의 먹거리 역사였다.
지금도 회자되는 브랜드 슬로건인 '1953년부터 맛은 쌓인다'는 이렇게 탄생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줄 광고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따뜻한 화면 속 백설 눈꽃 문양이 눈처럼 내리는 한 장면 장면에는 단발머리 여학생이 도넛을 먹는 모습, 아이들이 골목에서 설탕으로 달고나를 만들어 먹는 모습, 김혜자님의 예전 다시다 광고 등 1953년부터의 우리네 모습을 담아 내어 헤리티지(Heritage) 브랜드인 백설의 내재된 힘을 전달하고자 했다. 광고모델로 진실되고 따뜻한 느낌의 배우 '고수'를 선택해 60년전부터 현재의 우리 집 식탁에까지 이어져 온 백설의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전달한 광고는 백설을 단숨에 가장 귀한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백설이 내재하고 있는 가치인 요리의 즐거움을 알려줄 다양한 마케팅 툴(Tool)도 함께 기획됐다. 올리브채널에서 백설 브랜디드 프로그램(Branded Program)으로 '100인의 푸드톡', '오늘 뭐 먹지', '마스터셰프코리아' 등을 제작했다. 백설의 요리책 시리즈로 비프(Beef), 스위츠(Sweets), 데일리 파티(Daily Party), 히노스 레시피(Hino's Recipe)를 발간했다. 백설에 대한 친근한 스토리와 함께 소개되는 다양한 요리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호감을 이끌어냈다.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 사옥 1층에는 쿠킹 클래스(Cooking Studio)인 '백설 요리원'을 만들었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쿠킹클래스를 열어 자연스럽게 제품의 장점을 알리기도 하고, 평소에도 요리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사전 신청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한 '백설 요리원'은 요리라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를 다시금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백설 요리원'에는 키즈 전문 쿠킹 스튜디오도 마련해 '촉감놀이' 등의 일환으로 아이들의 체험활동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에게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한때는 오래되었다고 옷만 갈아입으려고 했던 '백설'은 그 자체를 잘 쓸고 닦은 것 만으로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재발견된 백설은 다시금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식품 브랜드로 우뚝섰다. 리뉴얼 이후 최초로 식품브랜드 TOM(Top of Mind·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때로는 이처럼 어떤 브랜드는 그 안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며 만들어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