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림산업은 최근 3년 만기 1000억원어치 회사채 모집에 3740억원이 몰렸다. 계획했던 물량 네 배가까이나 된다. 애초 업계에선 건설업 전반에 불고 있는 실적 악화 우려와 재무리스크 등을 염려해 신용등급 A+인 대림산업에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수요가 대거 몰리자 대림산업은 예상보다 두배 많은 2000억원어치를 조달할 예정이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금액을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고 있다. 실제 자금조달에 앞서 실시하는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많은 투자 수요가 몰리자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초저금리 영향으로 기관투자가들이 AA(더블A)급 이상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붙는 A급(싱글A) 회사채 투자에 적극성을 보인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회사채 '품절남' 어디?
23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계획보다 회사채 발행 규모를 1000억원 더 늘렸다. 현대제철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총 3200억원의 유효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는 5년 만기 회사채 발행액을 1200억원으로 늘렸다. 1000억 원 규모의 수예측에서 예정액의 2배인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주력 계열사라는 점과 'AA-'라는 우량한 신용등급도 자금 유치에 긍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현대로템도 2년 만기 회사채를 당초 계획보다 200억원 많은 700억원으로 늘려 발행키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3년물과 5년물 무보증 회사채를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으로 발행하려던 계획을 수정,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 5일 실시한 수요예측 결과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17개 기관·2200억원 19개 기관·3300억원 씩의 청약금이 몰리면서 자금 조달 규모를 늘려 잡은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자금을 10월과 11월에 만기 예정인 회사채 총 2950억원을 상환하는 데 쓸 예정이다. 당시 발행 금리가 3.350~4.51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달비용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이 지난 5월 실시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도 2000억원 모집에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바 있다.
AJ렌터카는 200억원 규모의 1년6개월물 모집에 수요가 몰리자 발행액을 360억원으로 늘렸다.
◆기업, 유동성 확보 나서
이들 기업 대부분은 신용등급 'A'나 'AA-' 이상의 우량기업으로, 올 들어 회사채 품귀 현상으로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내 다수의 기관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걱정에 국내 금리 동반 인상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기관이 투자를 꺼렸었다. 크레딧 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 기조가 심해지면서 금리가 높은 회사채, 특히 우량기업의 크레딧 물량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글로벌 경기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데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공사채 발행 부진에 따른 회사채 시장의 '반사이익'을 최대한 활용화려는 의도도 있다. 공기업 부채 감축 계획에 따라 기존 공사채에 투자하던 연기금, 기관 등의 자금이 회사채로 이동하면서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줄었다.
현대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우량 회사채의 절대적인 발행물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2·4분기~3·4분기 본격적인 차환발행이 진행되자 투자자금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추가 자금을 확보하려는 발행사의 니즈도 맞물리며 기업들이 자금 조달 규모를 늘려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