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고(故)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영장 강제집행 없이 철수했다.
23일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영장집행에) 반대하고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유족의)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그 뜻을 존중해 오늘 영장집행을 하지 않고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낮 12시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 측 법률대리인단과 면담한 후 "한 번도 유족과 만나지 못하고 의사를 간접적으로 법률대리인을 통해 전달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오늘은 유족이 직접 부검과 관련된 의사를 경찰 측에 밝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 측이 공식적으로 (부검 협의와 관련해) 의사 표명을 하면 오늘은 강제집행을 하지 않고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유족 측에 부검영장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홍 서장은 "영장은 기본적으로 공개될 부분은 지난번에 공개했다"며 "영장을 집행할 때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유족 측은 홍 서장의 브리핑 후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면담 제안에)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씨 큰딸인 도라지 씨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까지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나"라고 반문한 뒤 "꼼수에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법을 집행하는 치안기관이니 알겠지만 대리인 만나는 거나 저희 만나는 것은 같다"며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 편히 보내드릴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앞으로 모든 협의는 법률대리인을 통해서 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밝힌 것처럼 부검영장 집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집행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의 이 같은 반대 입장을 투쟁본부로부터 전해 들은 홍 서장은 "유족의 뜻을 존중해 오늘 집행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장례식장을 나섰다.
한편 이날은 백남기 농민이 작년 11월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숨진지 29일째이며, 경찰이 지난달 28일 발부받은 부검영장 집행 시한(10월25일) 만료 이틀 전이다. 경찰은 그동안 부검영장 집행을 협의하자며 6차례 백남기 농민 유족과 투쟁본부에 요청했으나 유족 등은 부검할 이유가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