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은 어땠을까. 개헌 추진 이슈는 이날 증시에서 두덤덤하게 받아 들여 졌다. 정치이슈가 정책 변화로 나타나기 전에는 주가에 중립적인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설을 그대로 반영했다.
시장에선 이번 개헌 추진이 '정치과잉'의 시기에 기름을 붓는 겪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국면에서 경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나서서 변수를 늘리는 형국이란 것.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소식에 시장 반응은 시큰 둥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4.74포인트(0.73%) 오른 2047.74에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은 기대를 선반영하면서 움직였다가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차익을 조정해 나가는데 사전에 개헌에 대한 시장 기대가 전혀 없었다"며 "경제적으로 이렇다 할 함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 센터장도 "개헌 이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에 반영할 만한 이슈가 아니다"라며 "개헌 논의는 수급 여건에서든, 자금 시장에서든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5년 단임의 직선 대통령제로 바뀐 지난 1988년 개헌 이후 정권 말기에는 정책변화 등 정치적 위험 증대, 경제정책에 있어 정치적 판단이 경제원리에 앞섰다. 때문에 '경기와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잖다.
당장 한국 경제가 바람앞에 등불인 형국이다.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고령화·가계부채 등의 구조적 문제는 한국 경제성장률을 2%대 늪으로 끌어 내렸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았다는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기관은 드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년간 2%대로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는 최악의 경우 올해 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17년도 암울하다. 한국은행(2.9%)이나 한국개발연구원(2.7%) 모두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IMF는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로 발생한 충격은 세계 경제의 '탈선'과 주식시장 폭락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현재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1191조3000억원이었다. 여기에 65조9000억원의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은 1257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호재냐, 악재냐 이분법적으로 굳이 구분해 본다면 약간 악재로 볼 수 있다"며 "개헌을 놓고 서로 공방만 벌이고 말 것으로 예상되는데 갈등 구조가 형성되면 증시에 좋을 건 없다"고 예상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도 "보통 증시가 제일 경계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아직 개헌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5년 단임제 대신 중임제, 내각책임제 등 어떤 방향이 거론돼도 대단히 큰 변화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