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여건 변화를 반영한 (수출)총력 마케팅으로 단기적 성과를 거두고, 장기적으론 교역 증가세 둔화와 글로벌공급체인 성숙 등 '세계무역의 뉴노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주력 상품 중심의 단품 수출에서 벗어나 수출과 연계한 투자진출, 글로벌 창업 같은 현지화 중심의 패키지형 해외진출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화와 수출을 돕는 역할을 하는 코트라(KOTRA)의 김재홍 사장(사진) 말이다.
김 사장은 그러면서 '우·문·해·답', 즉 "결국 우리의 문제는 해외에 답이 있다"는 말도 함께 했다. 26일 서울 염곡동 코트라 본사에서 가진 수출회복을 위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올 들어 더욱 우울해진 우리나라의 수출 환경에 지원 공공기관 수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이를 인식한 듯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도 무거운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김 사장은 "상황이 좋아야 일 얘기를 해도 신이나는데, 상황도 안좋은데 얘기하려니 마음이 무겁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갤럭시노트7의 단종, 현대차 장기파업, 한진해운 사태 등 대내적 악재와 (선진국의)보호무역주의 심화, 중국의 수입수요 감소 등 대외적 악재가 이어지면서 8월을 제외한 9월까지 수출이 20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해 안에 완전 회복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1~9월 수출은 3631억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3967억 달러보다 8.5%나 줄었다. 9월까지 베트남(12.2%)과 홍콩(6.9%)으로의 수출만 늘었을 뿐 중국(-12.1%), 미국(-5.4%), 일본(-8.3%), 싱가포르(19.2%) 등 교역 상대국 10곳 중 8곳에 대한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품목별로도 반도체(-8.5%), 자동차(-5.2%),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13.9%), 무선통신기기(-5.2%) 등의 수출이 모두 꺾였다. 특히 석유제품은 전년보다 -23.5%나 하락했다.
김 사장은 "우리 수출시장의 가장 큰 영향은 중국이다. (중국은)과거엔 투자와 수출 중심 정책을 펴다 정책 기조를 내수중심으로 바꿨다. 부품소재 등도 자국내에서 조달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63%인 우리는 대체시장을 개척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수출로 먹고 살던 우리의 향후 전략이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주력 상품 하나에 집중하는 단품 위주의 수출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이제부턴 보호무역주의 뿐만 아니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메가 FTA(자유무역협정) 등 지역별 움직임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수출도 단품 중심이 아니라 상품 수출과 연계한 서비스 수출, 현지 투자, 현지 창업을 통한 추가 진출 등의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중간재 수출보다는 내수시장 중심의 소비재 진출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이를 위한 지원틀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트라는 앞서 정부로부터 받은 추가경정예산 250억원 가량을 해외 마케팅 지원사업에 추가로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남은 2개월을 수출을 위한 총력 기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전체적으로 (수출이)부진한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시장이 미국, 인도, 아세안이다. 이를 더욱 집중 공략해야한다. 이란, 쿠바, 미얀마 등 새롭게 경제제재가 풀렸거나 기회가 있는 시장을 선점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코트라는 2월부터 가동한 수출비상대책반, 10개 해외지역본부 수출부진타개 무역투자확대전략회의 등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출지원사업에서 발굴해 계약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바이어들을 초청하는 '붐업코리아 위크(11월28~12월2일)', 국내 프리미엄 소비재 전시회인 '소비재수출대전(11월9~1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10월25~27일)·베트남 호치민(11월25~27일)·인도 뭄바이(12월19~20일) 등 유망시장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한국상품전' 등을 통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을 적극 알린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내년엔 근본적인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재부품, 소비재, 서비스, 의료·바이오 등 '신수출동력'을 집중 지원할 것"이라면서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의 수출역량에 맞는 수출지원 사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수출바우처 사업'도 시범 도입해 2017년 한 해 동안 8000개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시 26회인 김 사장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투자정책관, 정책기획관 등을 거쳐 성장동력실장, 제1차관을 역임한 뒤 지난해 1월부터 코트라 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