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LG, 동양, 고려, 동서, 서울, 선경, 산업, 보람증권….' 97년 외환 위기 이후 20여년 지난 여의도 증권가의 풍경은 '상전벽해' 수준이다. 교부증권과 대신증권이 살아남았을 뿐 한 시대를 풍미한 상당수 증권권사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기업 계열의 삼성증권과 신흥 금융그룹인 미래에셋증권이 그 빈 자리를 채웠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을 일으킨 주역인 현대증권이 41년 만에 증시를 떠난다.
KB금융지주와 KB투자증권, 현대증권은 내달 1일 이사회에서 KB금융의 100% 완전 자회사로 전환된 현대증권을 존속법인으로 하고 기존 100% 자회사인 KB투자증권을 소멸법인으로 하는 내용의 합병을 결의한다.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내달 1일 자로 상장 폐지된다. 현대증권의 전신인 국일증권이 1975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지 41년 만에 주식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현대증권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바이 코리아(Buy Korea) 펀드'를 출시해 펀드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국내 금융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13년 12월 매각을 결정하면서 영업력에서 유무형의 타격을 받아왔다. 현대증권은 작년 10월 일본계 금융자본인 오릭스에 넘어갈 뻔했다가 매매계약이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KB금융지주 품에 안겼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12월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한다. 공식 사명(등기 사명)인 '대우증권'은 3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으로 취임해 통합 증권사를 이끈다.
대우증권의 역사는 1970년 설립된 옛 동양증권에서 출발한다. 김우중 회장의 대우실업이 1973년 동양증권을 인수했고 1983년 대우증권 간판을 걸었다. 1997년 IMF 경제위기로 인해 2000년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됐다.
동양증권도 유안타증권이란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동양증권이라는 이름은 지난 1985년부터 쓰였다. 이 증권사는 2001년 동양종합금융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가 종금 업무 종료에 따라 2011년 12월1일부터 동양증권을 다시 썼다.
인수합병(M&A)으로 사명이 바뀐 곳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NH농협증권은 2014년 'NH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우리투자증권 사명은 2005년 4월부터, NH농협증권은 2012년 3월부터 각각 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