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적쇄신을 시작한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가 다수인 지도부가 '거국중립 내각' 구성을 강력히 요구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30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각계의 인적 쇄신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이원종 비서실장ㆍ안종범 정책조정ㆍ김재원 정무ㆍ우병우 민정ㆍ김성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재만 총무ㆍ정호성 부속ㆍ안봉근 국정홍보 비서관 등 이른바 '측근 3인방'의 사표도 수리했으며 신임 민정수석에 최재경 전 인천 지검장을, 신임 홍보수석에는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을 각각 내정하며 인적쇄신의 첫 걸음을 뗐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에게 '거국중립 내각' 구성 촉구와 이날 귀국한 최순실 씨에 대한 긴급 체포 및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선도적, 적극적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해 나갈 것"이라면서 "야당도 국정 혼란을 부추기기보다는 국정 수습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책임총리 가지고 뭐가 될 수 있겠느냐.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주장하던 책임총리제에서 더 나아간 거국중립 내각 구성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파문의 중심에 박 대통령이 있는 만큼 지난 10년 간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경우 친박계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10·26 재·보궐선거에서 중앙선관위의 디도스 공격에 여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터지자 당시 주류였던 친이(친이명박)계가 세력을 잃고, 비대위원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하며 새로운 주류가 형성된 바 있다.
당 안팎에서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현 지도부의 퇴진과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왔다.
때문에 비대위 체제가 등장할 경우 당내 권력 지형과 대선판 등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에 대한 명분을 약화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을 시작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또 다시 재점화되면서, 내년 재보궐 선거과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분당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우려로 인해 '달래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이 비대위원장 당시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상징색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교체하는 등 '지우기'를 하며 19대 총선에서 기사회생 했던 것을 두고, 이번 위기의 해결도 '새누리당 지우기'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흘러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