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의 재편을 위해 기존 '빅3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쟁력 있는 분야를 핵심 산업으로 집중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정부는 10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1차관 및 부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빅3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을 공중분해 하는 방식으로 해체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 체제로 개편할 것이란 전망은 무색해졌다.
정부의 이번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2018년부터 조선업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제로 시작한다. 비핵심자산 매각과 설비·인력 조정 등을 통한 자구노력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해양플랜트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등 사업재편으로 핵심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우선 수주절벽이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력과 건조능력을 대거 축소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업체별로 2018년까지 직영인력 6만2000명을 4만2000명으로 32% 감축하고, 31개인 도크수도 24개로 23% 줄인다.
특히 대우조선의 경우 앞으로 건조능력을 30% 축소하고, 직영인력을 2018년까지 41% 가량 줄일 방침이다. 플로팅 도크 2개를 매각하는 등 십(Ship) 야드 이외의 모든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해양플랜트 사업도 대폭 축소한다. 부실 규모가 큰 데다 향후 발주 전망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빅3의 전체 수주액 가운데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2015년 31%에 달했으나 이번 방안이 실행되면 2018년까지는 24%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5000억원을 마련하고, 삼성중공업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비생산자산을 매각해 5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서울본사 등 자산과 자회사 14곳을 매각해 2조1000억원을 마련하고, 2018년까지 인건비를 45% 줄인다. 급여 10%를 반납하고, 전직원의 무급휴직과 성과연봉제 등도 추진한다.
정부와 채권단은 각 사별 자구계획안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른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은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위기의 근본 원인인 공급 과잉 해결 방안이 전혀 담기지 않은 원론적인 대책에 그쳤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두 달이나 연기된 끝에 이날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여태까지 조선 3사가 추진해오던 자구안을 요약 정리한 수준에 그치면서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는 '맹탕 정책'에 그쳤다는 비판도 업계에서 나왔다.
특히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내용을 담았던 맥킨지의 컨설팅 보고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정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맥킨지 컨설팅에는 빅3가 각각 수억원의 비용을 부담했으나 결과적으로 '비용과 시간 낭비'만 한 셈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일단 정상화한 뒤 주인을 찾아줘서 팔겠다는 정부 발표는 다시 말해 지금 위기를 어떻게든 버텨서 넘겨보겠다는 것으로, 구조조정은 결국 다음 정부의 몫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대우조선이 원하는 방향대로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맥킨지 컨설팅은 왜 한 건지 모르겠다"며 "메스를 댈 곳에 약처방만 하고 넘어가면 제대로 된 치료를 못 해서 장기적으로 더 마이너스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