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민간신용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배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우리나라의 신용갭을 '주의' 단계로 분류했다.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GDP와 비교해 민간 부문의 부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민간신용은 가계·기업 부채 가운데 대출금, 채권, 정부융자 등을 포함한다.
1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195.7%다. 전분기(194.8%)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0년 4분기 이후 22분기 연속 확장 추세인 민간신용 비율은 이번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가 다소 미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신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민간신용 비율의 위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BI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용갭(부채가 장기 추세치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은 3.1%포인트로 주의(2~10%포인트) 단계다. 지난해 3분기(3.9%포인트)보단 낮지만 여전히 안심할 순 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물가를 고려한 실질 민간신용 증가율은 지난 1분기 기준 5.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1.1%), 미국(3.7%), 호주(4.0%), 인도(5.6%) 등 보다 높은 수준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민간신용 증가율이 종전 추세치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며 "다만 추세가 그동안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에 경계감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신용 비율 확대의 주범으론 가계가 꼽힌다. 가계가 전체 민간 부문의 부채를 증가세로 이끌고 있다.
명목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5% 내외서 움직이는 반면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 2008년 1분기 72.7%에서 올 2분기 90.0%로 확대됐다. 지난 2014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윤 부총재보는 "주택경기가 갑자기 꺼지면 위험해질 수 있다"며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 말 한은이 집계한 가계부채 규모는 1257조3000억원으로 올 상반기에만 54조2000억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 가계부채가 1330조원에 이르고 내년 말 146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신용을 중심으로 민간신용 확장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크게 확산되거나 위험기피심리가 완화될 경우 민간신용이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연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전망과 관련해 한은은 "글로벌 금융·경제 여파가 일부 개선되고 취약성도 다소 완화돼 금리인상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제고됐다"며 이에 따른 영향이 지난해에 비해 덜 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정책금리를 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올린 미국은 이후 연준(Fed)이 올해 중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지만 실제 인상은 없었다. 다만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일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12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미국 장기금리에 미칠 충격은 지난해 금리인상 당시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