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한국케이블TV협회 사무총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블 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케이블TV협회
지상파 방송 MBC가 1일 CMB 및 지역 종합유선방송사(개별 SO) 10개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MBC의 주문형비디오(VOD) 공급을 중단했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KBS와 SBS도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조만간 VOD 공급을 중단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가 VOD 공급을 중단한 것은 올해들어 네 번째다. 케이블업계는 이에 대해 "VOD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케이블TV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실시간 방송과 VOD 공급계약은 별개 사항임에도 지상파3사는 거래상 우월지위를 이용해 선택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등 거래거절 행위를 해 명백하게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상파-유료방송 갈등에 90만 시청자 피해
협회에 따르면 그간 케이블업계는 VOD 이용대가와 관련, 인터넷TV(IPTV)와 동일 조건인 15% 인상안과 가입자당 과금(CPS) 방식을 도입하며 지상파의 요구사항을 수용한 바 있다.
그런데도 현재 280원대 수준인 CPS에 대해 지상파방송들이 가격인상을 요구하며, VOD 공급을 일방적으로 무단 중단하는 것은 시청자를 볼모로 한 '갑질'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초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 280원 수준인 CPS를 430원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CMB와 케이블TV 업체들은 이를 거부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는 2866만명 수준으로, 지상파가 요구하는 CPS 금액을 단순하게 대입하면 유료방송사들이 지불해야 할 재송신료 규모는 월 370억원, VOD 대가는 월 55억원 수준이다. 연간 금액으로 하면 재송신료 4437억원, VOD 658억원, 총 5095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부담이 큰 셈이다. 해당 비용이 유료방송 가입자가 지불하는 시청료에서 분배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유료방송 요금 인상과 시청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VOD 공급 일방중단은 앞서 수차례 반복돼 고질적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CPS를 둘러싼 유료방송과 지상파의 갈등으로 2011년, 2012년에는 지상파 방송이 검은 화면으로 나가는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지상파-케이블 갈등 사태로 결국은 시청자들이 피해가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MBC VOD 공급 중단으로 개별 SO 71만8000가구와 CMB 17만여 가구 등 약 90만 가구가 MBC의 VOD 시청을 하지 못하게 됐다.
협회 측은 " 케이블사업자들과 문제없이 별도 거래해 오던 VOD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상 부당한 거래거절에 해당한다"며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VOD 공급 중단을 거듭 단행하는 것은 시청자를 볼모로 삼은 횡포"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담합 의혹에도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 태도
이날 협회는 지상파3사의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상파 3사가 2008년부터 지금까지 SO들과 수차례 걸친 협상과정에서 각 사가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가격으로 송출 중단 압박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는 지적이다.
또 지상파 담합 의혹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다른 공공산업에는 꾸준히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같은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에만 유독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
실제로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의 재송신료 지급에 대해 담합 의혹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했지만, 아직까지 정부 측에서는 조사에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난 2014년 다수 지상파 방송사들이 연합해 재송신 합의를 할 경우 이를 불법으로 판단하는 '연합 재송신 합의 금지' 법안을 의결하는 등 지상파 담합 방지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협회는 "공정위는 지상파 재송신료 담합 여부를 신속히 조사하고, 방통위는 조사를 촉구해 더 이상의 시청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