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일 오전 신임 국무총리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정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김병준 전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신임 총리로 내정하는 내각 개편안을 전격 발표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김 신임 총리 내정자를 비롯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신임 경제부총리로, 국민안전처 장관에는 김 총리 내정자의 추천을 받아 참여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박승주 씨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현 상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30일 대통령 비서실을 개편했고,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 중립 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 교수를 책임 총리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번 내각 개편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조속한 국정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내각 개편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국정 정상화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야당은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ㆍ"탄핵ㆍ하야 촛불을 유발시키는 동기가 될 것" 등 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에서 "이번 개각은 위기에 처한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면서, "이번 개각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역임하는 등 폭넓은 경험과 안목을 토대로 내각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며 김 신임 총리 내정자를 평가하면서, "야당도 책임있는 자세로 이번 개각에 대해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개각 발표 직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라면서 "이것은 정국수습이 아니라 정국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길이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원점에서 생각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정공백 진공상태를 만들어놓고 또 쪽지를 내려보내 총리 인사를 발표했다"며 "정국이 풀려야 하는데 더 꽉 막혀가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 못차렸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법치와 대한민국 정의를 무너뜨리고 헌정질서를 혼돈의 도가니에 밀어넣은 장본인인 대통령이 최근 한 일은 90초짜리 사과와 정치검찰의 대명사인 최재경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이며, 오늘 한 일은 바로 그 코드에 맞춰 총리를 즉각 임명한 것"이라며 "어제까지는 부역단 대표, 원내대표가 거국내각쇼를 벌이다가 안되니까 오늘은 '최순실 내각'을 정리하기는 커녕 제2차 최순실 내각의 총리를 전격 임명했다. 그 쇼도 사실은 이런 일을 하려고 짜 맞춘 시나리오 각본이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이 국면을 인사국면으로 전환시키려고 하는 그러한 작태에 대해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비대위원장은 "지금까지 책임총리, 거국내각을 거론하다가 야당에 한 마디 상의, 사전 통보도 없이 총리·부총리·일부 장관을 개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런 분노는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 하야 촛불을 유발시키게 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