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생계형 업종에 대한 법제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중앙대학교 이정희 교수(가운데)가 패널들과 토론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2011년부터 도입,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가운데 '생계형 업종'만이라도 떼어내 법으로 강제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걸쳐 현재 폭넓게 선정된 품목 중 음식점, 자동차 수리, 세탁소, 가구 소매, 가정용 전자제품 수리, 미용실, 제과점 등이 대표적이다. ▲본지 10월 25일 1면 보도
메가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로 무역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보호무역정책만으로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끌어안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FTA 등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출길이 넓어지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내수로 먹고사는 업종의 경우 국내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시장 침투에 더해 글로벌 기업들까지 몰려오면서 상대적 약자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화가 경우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강제성 없이 '권고' 형태인 현행 적합업종제도는 정책 목표가 불명확한데다 중소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미비하고, 대중소기업간 실질적 협력도 미흡한 등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참에 '포스트 적합업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다만 '생계형'을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 등에 대해선 향후 제도 개선을 놓고 고민해야할 대목이다.
아울러 적합업종을 법으로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대기업들이 주장했던 '통상 마찰' 여지도 크지 않다는게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적합업종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고 여론을 수렴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중소기업연구원 이동주 본부장은 "현행 그대로 적합업종 제도를 유지할지, 아니면 기존 제도를 고쳐 더 강화할 지, 법제화를 통해 대기업 이행력을 높이고 아울러 정부가 적극 개입할지, 보호와 육성을 위한 대안을 검토할 지 등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3년+3년'으로 최대한 6년까지 대기업 등의 진입이 차단된다. 6년안에 중소기업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하는 셈이다. 게다가 현재 지정된 74개 품목 가운데 내년에 50개가 적합업종에서 해제되고, 2018년에는 나머지 업종도 울타리를 벗어나게된다.
이 본부장은 "생계형 업종을 지정하고 이들 업종을 육성하거나 원활한 퇴출, 사업전환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억제하기위해 법제화를 검토해야한다"면서 "생계형 업종의 정의, 지정방안, 지정절차, 육성방안, 대기업과의 갈등조정 및 협력 방안의 내용이 기본적으로 (법에)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도 인사말에서 "현 정부들어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의 상당수가 입법이 완료됐는데 마지막 하나 남은 것이 바로 생계형 적합업종(법제화)이다. 지금처럼 임의조항으로 권고만하는 제도에 대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을 중심으로한 야당에서 가칭 '생계형 및 생활밀착형 산업발전을 위한 법률(안)'을 마련,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적합업종 제도 뿐만 아니라 이후 일부 품목에 대해 법제화하더라도 통상 마찰 등 국제적 분쟁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다른 발표자인 법무법인 화우 이성범 변호사는 "국제통상규범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해선 적당한 제도를 통해 보호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다"면서 "미국이나 유럽연합, 중국 등도 외국인투자자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최혜국대우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우리의 적합업종제도도 통상 규범을 위반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내국민대우원칙'도 제도 운용만 신경쓰면 (규범을)위반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제도를 운영함에 따라 합리적, 합목적적, 공평하게 집행됐다는 점을 입증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품목 선정시 개최됐던 회의록 등을 통해 향후 입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적합업종으로 선정해 대기업에 대해 사업이양 권고처분을 내리거나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철수하도록 권고하는 것은 통상규범을 어겼다고 판단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광장 박지형 변호사는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 추진 과정에서 적합업종 선정 또는 그에 대한 제한사항을 동반성장위원회나 중소기업청 등에서 주도해 (품목)'지정' 또는 '권고'하는 등 형식의 취할 경우엔 통상 분쟁 대상인 '조치(measure)'에 해당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