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우조선해양 다동 사옥에서 조욱성 부사장, 정성립 사장, 김열중 부사장(왼쪽부터)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정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 이틀만에 회사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섰다. 최근 정부가 조선업 최대 관심사였던 대우조선 처리 문제를 두고 정부가 회생하는 방향으로 방안을 마련한 것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2일 서울 중구 다동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직원은 무거운 사명감과 함께 마지막 생존 기회라 믿고 '사즉생(死卽生·죽으려 하면 산다)'의 심정으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실행해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우조선 회생을 결정하자 일각에서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난이 일자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
대우조선은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골프장, 연수원 등을 매각한 데 이어 최근 본사로 이용했던 서울 사옥을 정리했다. 앞으로 조선·해양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부동산과 자회사 등 비핵심 사업과 함께 14개 국내 자회사 등을 순차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다만 최근 수주상황이 심각하게 부진하고 내년에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예정에 없던 자산 매각 등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우선 거제 옥포조선소 인근 직원용 아파트 단지도 매각할 계획을 내부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이를 통해 3000억원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과거 계약이 취소됐던 완성된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1기를 시장에서 요구하는 가격에 내놓은 방안도 진행중이다. 대우조선은 애초 국제유가가 회복된 다음 높은 가격에 이를 매각하려했지만 경영환경이 지속 나빠지면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조기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정 사장은 "애초 5조2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수립했고 현재 1조5000억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면서 "다만 이는 올해 60억달러 정도를 수주할 것이라고 감안하고 세웠던 계획이고 현재 13억달러, 연말이 되더라도 20억~25억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돼 내부적으로 자구규모를 6조원으로 늘려놨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우조선 부실의 직접적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은 사업규모를 25%이상 출이고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 사장은 "오는 2019년에는 회사 매출 규모를 현재의 50% 수준인 연 7조원대로 다운사이징하고 포트폴리오는 상선 4조원, 해양 2조원, 특수선 1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해양의 경우 현재 수준의 25% 정도로 사업을 축소하고 고정식플랫폼,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등 잘할 수 있는 부분만 선별수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감축 '조합원이라도 동참해야'
정 사장은 현재 1만2600여명 수준의 인력을 연내 1만명, 2017년 8500명, 2018년 8000명 이하로 순차적으로 줄여가겠다는 인력구조 개혁안도 내놨다.
대우조선은 실제로 지난달 10년차 이상 과장급 사무·생산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10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 중 생산직원 숫자는 약 400명으로 전체의 37% 가량을 차지했는데 대우조선에서 생산직원이 희망퇴직으로 옷을 벗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 사장은 "내년부터 전 직원이 순차 무급휴직에 들어가며 고통 분담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통해 호황기 때 만들어졌던 고임금 구조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조욱성 부사장은 "대우조선 인력조정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반대하는 노조원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 인력조정 불가피함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끝까지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합원들도 회사 생존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을 비롯한 부서장급 이상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정 사장은 회사가 정상화되면 자신도 스스로 회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현재 급여 30%를 반납하고 있다.부사장의 경우 20~25%의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대우조선은 회사 차원에서 임원들에게 지원했던 업무용 차량도 비용절감 차원에서 경차로 교체했으며 그동안 지원하던 복지혜택도 축소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계 반발 여전
이날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대해 "효율적인 산업 재편과 함께 새로운 산업으로 금융·인력자원이 흘러갈 수 있도록 부실대기업 정리를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원칙 수립과 실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미래 시점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정부의 현상유지식 조선업종 구조조정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과거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강도 높은 대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한 바 있다"며 "당시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대마불사식 지원을 했고 이로인해 신산업으로 흘러가야 할 금융·인력자원이 허비돼 청년실업, 고용양극화 고착 등 어려움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수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 계속적으로 링거를 투여하는 대증요법에 그치고 있다"며 "7조원이 넘는 정부의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계는 ▲부실대기업 정리를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중소기업과 대기업 지원에 대한 이중 잣대를 해소 ▲대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표상 마련 ▲구조조정에 따른 협력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