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브원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무려 34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서브원은 예상밖 흥행에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AA'로 안정적이다.
#. 'A-'등급인 풀무원식품은 지난 19일 3년물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주문은 25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풀무원식품은 수요예측 전 희망 금리 밴드를 풀무원식품 3년물 개별 민평에 -5~4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연기금이나 보험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기업 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웬만해선 AA등급 아래 채권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회사채시장에 관여하고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A등급 회사채 시장에 양극화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개별 기업 위험도를 분석해 투자를 결정하기보다는 시류에 편승해 다른 기관들이 어떻게 하는 지 극심한 눈치보기가 성행한다. 특히 올해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이후 이 같은 성향이 극심해졌다는 지적이다.
A등급 기업들은 당분간 자금 절벽에서 힘든 삶이 우려된다. 'A등급 이하 투자 감소→비우량 회사채 발행 감소→기업 자금난'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이 냉각됐을 때 오히려 더 큰 기회가 있기 마련인데 일부 기관들은 내부 투자가능 등급을 오히려 AA로 올려버렸다. 기회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통시장에서도 효율적으로 자산이 거래되거나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연기금이나 보험 가입자들은 기대수익률 하락이라는 손실을 떠안게 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급 업체들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희비가 갈리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3년물 트랜치로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수요예측 결과 모집물량의 4배를 뛰어넘는 2200억원이 들어왔다. 제시한 희망금리밴드 내로 들어온 유효수요는 2000억원이었다. SK머티리얼즈는 ㈜SK가 기존 최대주주인 OCI의 보유 지분 전량(49.1%)을 인수하면서 지난 2월 SK그룹으로 편입됐다
현대산업개발은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지난달 21일 실시한 결과 총 20개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모집 물량의 3.8배에 이르는 3800억원의 유효 수요를 확보했다. 더욱이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희망금리 밴드(개별민평 3년 금리 -0.3~0.1%) 밑으로도 2800억원이 모여 인기를 실감케 했다.
흥행 요인으로는 현대산업개발의 우수한 재무구조, 지속적인 실적 개선세, 향후 등급 상향 기대감 등이 꼽힌다.
서브원, 한화테크윈, 동원산업 등 AA급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재무구조와 사업안정성 등을 바탕으로 모두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반면 신용등급 'A'인 금호석유화학(안정적)은 2년만에 실시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700억원 규모의 자금 모집에 400억원 안팎의 자금만 들어왔다.
350억원을 조달하려던 한진은 전액 미매각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풀무원식품은 지주사인 풀무원(A-)이 지난 14일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 데 이어 A-등급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라홀딩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51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는데 그쳤다. 한라홀딩스는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된바 있다.
한국신용평가 정혁진 연구원은 "한라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는 올해 제주 세인트포 관련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며 단기적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