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보험사기 발생 비율이 이전 대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경찰이 협업체계를 구축해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생계형' 보험사기는 끊이지 않고 있어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가 범죄 행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29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과 함께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이는 형법상 사기범에 대한 처벌인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한층 강화한 것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10월 보험사기 신규 조사 착수 건수는 2625건이다. 전달 3799건 대비 30.9%(1174건) 감소했다. 지난 8월 4583건과 비교하면 무려 42.72%(1958건)이나 줄었다.
보험사기 조사 착수 건수는 보험금 지급이 청구된 보험사고 중 보험사기가 의심돼 조사에 들어간 사례의 규모다. 건수가 줄었다는 것은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보험금 청구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기, 사회적 경각심 높아져
대형 손보사들의 실제 하루 평균 보험사기 조사 착수 건수 역시 지난 8월 208건, 9월 200건에서 지난달 188건으로 감소했다. 보험사기죄를 형법상 사기죄와 구분해 처벌을 강화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으로 보험사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에서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
대형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보험사기죄에 대한 정의와 가중처벌에 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국내 보험사기 적발 규모가 꾸준히 늘어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험사기 관련 조사 착수 건수가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보험사기 조사 편의도 크게 향상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용이한 보험사기범죄 적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명확한 법적 절차가 없어 보험사기 조사나 수사 관련 업무 절차에 난항이 있었지만 이번 특별법 시행으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현장 조사 인력이 체감하는 업무 수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별법에는 보험사의 보험사기 의심행위 보고(제4조)와 수사기관에 고발 등 조치(제6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입원적정성심사 의뢰(제7조) 등 관련 업무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다 보니 조사를 났을 때 과거보다 당당하게 조사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가정주부·노인 등 일반인 범죄 행위 증가
다만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으로 사기범들의 전문적인 행각은 줄고 있지만 평범한 주부나 노인 등 일반인들의 생계문제에 따른 보험사기 가담률은 높아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와 어려워진 경제환경 탓에 서민들의 죄의식 없는 보험사기범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4개월간 하반기 보험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해 총 953명을 검거, 그 중 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 검거된 266명보다 무려 258.3%나 높은 수치다. 이번 특별단속에서 적발한 사건만 모두 147건으로, 피해금액은 177억여 원에 달했다. 보통 가짜 진료비 영수증을 발행해 보험금을 챙기거나 다수 보험에 가입하여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길게는 수년간 범행을 지속했다고 한다.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단서를 찾아 수사기관에 제공하거나 사기범을 적발하는 역할을 하는 국내 대형 보험사 소속의 한 보험사기전담조사요원(SIU)은 보험사기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다 입원과 진료 등으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 죄의식이 적은 가정주부나 어르신 등 일반인들의 가담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경찰에 잡혀도 '언론 매체에서 다들 그런다고 하니 (나도)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변명하는데, 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듯해 쓸쓸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