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빛으로 물드는 가을은 사진의 계절이기도 하다. 사진은 내장산에 위치한 우화정의 반영 사진. /캐논 유저 photo21c
가을이 깊어지며 명산에 올라야 볼 수 있던 단풍이 일상 풍경으로 들어왔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길을 걷다보면 지금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오른다. 혹자는 "남는 건 사진 뿐"이라며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떠나기도 한다. 오색으로 수놓인 자연을 그대로 사진에 담으려면 어찌 해야 할까.
◆색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장비부터 갖춰야
3일 카메라업계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단풍을 찍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 사진에는 화질이 미치지 못한다. 이미지센서 크기가 다르기에 표현력 수준에서 차이가 나고 다양한 렌즈를 바꿔가며 사용하기에 표현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단풍 촬영을 즐기고 싶다면 보급형 모델이라도 DSLR 또는 미러리스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렌즈의 화각은 중요하지 않다. 가까이에서 단풍잎 하나를 잘라 담거나 원거리에서 전경을 광각렌즈로 또는 인물과 함께 망원렌즈로 담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다만 단풍 사진은 기본적으로 풍경 사진이기에 흔들림 없는 결과물을 얻으려면 삼각대와 릴리즈를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폭포가 흐르는 계곡에서 물의 흐름을 함께 담아내려면 1~3초 정도의 셔터스피드가 필요하기에 삼각대와 릴리즈를 사용하는 동시에 라이브 뷰 등으로 수평과 수직을 맞추는 노력이 요구된다. 날이 화창해 빛이 많다면 빛을 줄여주는 ND필터도 준비해야 느린 셔터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다.
◆피사체를 이해하고 구도를 짜자
나뭇잎이 빛을 투과하는지 반사하는지 이해하면 보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잎이 두터운 플라타너스나 은행나무의 경우 빛을 등지고 찍는 것이 본연의 색을 잘 살려낸다. 단풍나무나 벚나무는 역광을 빛을 투과시켜 찍을 때 본연의 색을 보다 살리며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다.
단풍은 빨갛고 노란색이 많다. 배경을 이와 반대인 보색으로 선택할 때 단풍 색감에 더 집중된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은행나무의 경우 가을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단풍나무의 경우 역광으로 배경을 날리고 특유의 빨간색만 살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단풍사진의 구도는 크게 풍경 사진과 단풍잎 일부만 찍는 클로즈업 사진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화각이 넓은 광각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단풍에 어울리는 풍경을 함께 담아야 단조로운 사진을 피할 수 있다. 단풍과 폭포, 단풍과 정자 등으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다른 사물을 구도에 넣는 것이다.
반대로 단풍잎 하나 또는 일부만 담는 경우에는 50㎜ 화각 이상의 렌즈로 촬영하는 것이 좋다. 상태가 좋은 단풍잎을 앞에 두고 배경을 아웃포커스로 처리하면 피사체 집중도를 높이고 자연스러운 공간감도 연출할 수 있다. 이 때에는 조리개 값이 밝은 광각 렌즈를 사용해도 좋지만 조리개값 2.8을 지원하는 망원 렌즈로 촬영해 압축효과를 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붉게 물든 단풍 사진. 붉은 단풍을 부각시키기 위해 푸른 배경을 아웃포커싱으로 처리했다. /캐논
◆노출과 화이트 밸런스로 더욱 강렬한 가을을
여러 구도가 있지만 단풍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밝은 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느낌을 주는 역광 아래다. 찬란한 역광 사진을 얻으려면 맑은 날 이른 오전 시간대나 늦은 오후 시간대에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 피사체를 부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메라의 측광 모드 중 스팟 측광을 사용해 단풍이 빛을 받는 부분에 측광을 하면 좋다. 보다 화사한 느낌을 원한다면 카메라가 지시하는 적정 노출보다 +1 스톱 밝게 촬영하면 된다.
카메라 색 균형을 조절하는 화이트밸런스를 잘 설명하면 다양한 색감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 태양광(약 5200k), 그늘(약 7000k), 흐림(약 6000k), 텅스텐광(약 3200k) 등이 제공된다. 태양광을 기준으로 수치가 위로 올라가면 흰색이 더 노랗게 나오며 낮아지면 푸른 느낌을 준다. 노란 빛을 강조하는 태양광, 그늘, 흐림 모드가 따듯한 느낌의 사진을 찍는데 도움이 된다.
◆반영 사진에 도전해보자!
반영 사진은 물에 비친 피사체를 촬영한 사진이다. 만추에 물에 떨어진 낙엽을 활용하면 파란 하늘과 단풍의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다. 물가에 떨어진 낙엽 사진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촉촉한 감성을 주기도 한다.
반영 사진은 광각렌즈를 활용해 넓게 담는 것이 좋다. 카메라 모드는 Av(조리개 우선), 초점은 프레임 내 모든 영역에 자유롭게 두고 조리개는 f/5.6~13과 같이 노출을 설정해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로우 앵글로 촬영을 시도하는 편이게 반영과 어우러지는 풍경을 담기에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