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아카데미에서 직장인들이 미술 수업을 받고 있다./신세계
김영란법 이후 직장인들 저녁 대신 문화센터로…한우 도매가격↓
이른반 '김영란법' 시행으로 저녁약속이 줄어든 작장인들이 백화점 문화센터로 몰리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현재 일단은 직장인 대다수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삶의 변화는 농수산업에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 한우 도매가격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하락세로 반전해, 17개월 만에 1㎏당 1만5000원대로 떨어졌다. 법 시행 이후 한우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저녁 약속 대신 문화센터
3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본점과 강남점, 영등포점의 경우 오후 7시에 시작되는 강좌들 중 일부는 이미 신청 마감됐다. 기존 신청율이 높지 않았던 오후 8시, 9시 강좌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녁 시간을 활용해 수강하려는 직장인들의 몰린 까닭이다. 이전에는 주부들이 몰리는 오전 11시와 오후 1, 2시 시간대가 가장 인기가 높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오후 6시 이후에 진행되는 강좌 수 15%, 수강인원은 20% 늘렸다. 직장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기계발 관련 강좌와 취미 관련 강좌들을 선보인다.
본점에서는 11월17일과 24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 강좌로 'GO! 디제잉스쿨'을 준비했다. 12월5일부터는 바이올린을 모두 12회에 걸쳐 레슨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인 바이올린' 강좌가 열린다.
이외에도 '새해 맞이 가죽다이어리 만들기', '카피라이터처럼 글쓰기', '직장인이 알아야 할 재테크 절세 방안' 등 직장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좌들을 저녁 시간대에 선보인다.
권영규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문화팀 팀장은 "저녁 약속과 술자리가 줄고 있는 사회적 영향으로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겨울학기 직장인들을 위한 다양한 강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고가의 한우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다./뉴시스
◆한우 도매 가격↓ 소비자가는 그대로
김영란법 이후 한우 도매가격이 1만5000원대로 떨어졌다. 가격 하락은 17개월 만이다. 그러나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여서 한우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정확히 만 한 달을 채운 지난달 28일 기준 한우 지육(도축한 소의 머리·털·내장 등을 제거한 상태) 1㎏당 도매가격은 1만5845원이었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도매가가 2만원대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김영란법 시행 직전인 9월3주(9월 19~23일)차와 법 시행 이후인 10월4주(10월 24~28일)를 비교하면 한 달 새 약 12.5%나 하락했다. 한우는 수년째 공급이 계속 줄고 있어 가격 하락 요인이 사실상 전무한 만큼 김영란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육 상태에서 가공 과정을 거쳐 정육 상태로 판매되는 소매 가격은 법 시행 이후에도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3주(9월 19~23일) 100g당 8046원에서 10월4주(10월 24~28일) 7996원으로 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갈비는 법 시행 이전(100g당 4904원)보다 가격이 4% 증가한 5101원으로 조사됐다.
황명철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한우 도매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없어 도소매 가격의 연동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우고기가 대중화되도록 소포장 선물세트와 저렴한 외식 메뉴를 개발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