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예상치 못한 청와대의 '깜짝' 개각 발표에 금융위는 당초 이날 오전 예정됐던 정책 브리핑을 미루고 임 내정자의 소감 발표를 진행했다. 임 내정자를 향한 취재 열기에 평온했던 기자실이 한순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로 명명되는 현 시국에 표류하는 국정 상황을 바로 세워줄 경제 구원투수로 나선 임 내정자에게 거는 금융권의 기대는 남다르다. 그의 능력은 이미 금융권에서 인정하는 바, 조금 이르지만 '올 것이 왔다'는 평이 나온다. 임 내정자는 지난해 3월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1년 8개월여 동안 금융개혁은 물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주도하며 기획재정부·한국은행과의 공조를 통해 경제 정책을 수행해 왔다. 박 대통령의 주요 정책과제였던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며 비록 금융노조와 마찰을 일으키긴 했지만 청와대의 신임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유일호 두 명의 정부 관료가 재임 기간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를 해결해 줄 전문 경제관료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했다. 연내 미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로 이를 해결해 줄 전문가가 경제부총리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곤 했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금융위원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임 내정자에게 신임 경제부총리로서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시장과 기업 현황에 밝고 추진력이 강한 임 내정자가 기재부 사령탑에 앉으면서 하반기 한국경제의 최대 난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도 정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그간 금융당국에 기업 구조조정을 맡기겠다며 기재부의 역할을 축소한 바 있다. 국가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기재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회피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구조조정의 실무를 담당해 왔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재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는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무엇보다 각종 금융개혁을 추진해 온 임 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부임하면서 경제금융정책의 연속성이 기대된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새 부총리 임명 때마다 전 관료와의 업무 연속성을 피하며 정책 바꾸기에 급급했던 현 정부의 경제 수장에 임 내정자가 자리하면서 시장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온 금융정책이 어떻게 바뀔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