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스플릿' 유지태 "연기가 아닌 '진짜'를 보여주고 싶어"
'도박볼링' 소재에 흥미
네달간 쉬지않고 볼링 연습
배우·연출가로서 꾸준히 활동하고파
대한민국 연예계 대표 젠틀남 유지태(39)가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제작 오퍼스픽쳐스)을 통해 180도 연기 변신을 시도, 극장가 흥행 스트라이크를 노린다.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스플릿'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스포츠인 '볼링' 경기 이면에 숨겨져있는 '도박볼링'의 세계를 담아냈다. 유지태는 전직 볼링 국가대표 선수 였지만,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채 도박판을 전전하는 철종으로 분했다. 영화 '봄날은 간다'와 '동감'에서 보여준 따뜻하고 감성 젖은 눈빛은 온데간데 없는 대신 실없고 냉소적인 태도의 철종을 완벽하게 표현해 180도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스플릿'은 그야말로 유지태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유지태라는 배우에게 있어 연기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직접 증명한 셈.
"일단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에 최국희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작품을 선택하게 됐어요. 제 나름대로 생각한 철종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호일펌을 비롯한 다양한 스타일도 직접 감독님한테 제안한 거예요.(웃음)"
유지태는 맡은 역할에 완벽히 몰입하기 위해 네달간 쉬지 않고 볼링 연습에 매진했다. 프로볼러도 인정할 정도의 투구 자세까지 갖추게 됐다. 평균 볼링 점수도 180~190 정도로 끌어올렸다.
유지태는 영화를 통해 연기가 아닌 '진짜'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연기관은 전작들에서도 묻어난다. 영화 '더 테너'를 촬영할 때는 성악을 마스터했고, 드라마 '스타의 연인' 촬영 당시에는 쇼팽의 '녹턴'을 외워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는 얼마전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해 예능감을 뽐냈다. 요즘들어 대중이 보지 못했던 유지태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유지태는 전작 '더 테너'를 언급하며 "100억을 들여 제작했는데 5만 명의 관객이 동원됐다. 쉽게 말해 망한 셈이다. 홍보를 잘해서 최대한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것도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예능 출연이 두렵지 않았다"고 행보에 대해 설명했다.
'스플릿'과 차기작 '꾼'은 상업성이 짙은 영화다. 작가 영화를 주로 찍어온 유지태였기에 작품 선택이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영화의 진수는 작가영화라고 생각해왔어요.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일까' '어떤 배우로 살아가야 좋은 배우일까' 늘 생각하며 답을 찾는 중이고요. 그런 과정에서 저는 배우로써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고 있고요. 최선을 다하면 진정성을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스플릿'은 개봉 전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관객들로부터 평점 5점 만점에 4.4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지태는 흥행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 "부담은 사실 덜하다. 전작에서 실패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실패를 반복하는 건 좋지 않다. 프로배우로써 승률이 높아지는 건 굉장히 중요한 점이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최고의 파트너 이다윗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유지태는 "10년 연기 내공을 쌓은 배테랑 연기자답게 다윗은 현장에서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 스텝들과 소통이 잘되는 배우였다. 확실히 프로라고 느꼈다"고 극찬했다.
이번 영화는 최국희 신인감독의 첫 장편연출작이다. 감독은 촬영장에서 일부러 '컷' 사인을 늦게 해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애드립을 유도했다.
"감독님께서 배우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촬영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애드립으로 완성된 장면들도 많았죠. 하지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다 거둬내시더라고요.(웃음) 현장은 빠르면서도 유연했어요. 감독님의 성향이 호방하고 추진력이 있었거든요. 초반에는 감독님의 작업 방식이 익숙치 않아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빨리 톤을 바꾸고 다이나믹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죠."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유지태. 18년차임에도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이다. '자전거 소년''나도 모르게''마이 라띠마'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출가로도 변신한 그는 지금도 영화 작업을 나름대로 해오고 있다.
"당장 세상 밖으로 내놓을 순 없지만, 언젠가 대중 앞에 작품을 공개할 거고요. 배우로써 연출가로써 다음 작품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고 싶어요. 돈이나 명예에 대한 야망은 없어요. 단지 오랫동안 계속 현장에 있고 싶고 영화를 하고 싶다는 순수한 욕심이 있죠. 앞으로도 작품 활동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