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시장 상황과 은행권 외화유동성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금융위
"단기간 내에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등 취약한 리스크 관리가 우려되는 일부 금융회사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특별 현장검사를 실시하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집단대출·2금융권 대출 등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부문별·요인별 위험요인에 대해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는 우선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빌리고 조금씩 나눠 갚는다'는 원칙 아래 질적 구조개선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금리인상·가계부채 문제 등 선제적 대응
임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연초부터 지속된 미 금리인상, 유럽은행 부실문제, 브렉시트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대내적으론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세가 주춤하고 고용시장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으며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 대내 리스크도 우리 경제와 금융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대내외 여건으로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며 "자칫 리스크 관리에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임 위원장은 오늘날 한국 경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붕괴되었던 지난 1997년 IMF 위기나 외환부문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4위(35.5%)임은 물론 외환건전성 부문 역시 지난 9월 기준 세계 7위(4000억 달러) 수준의 외환보유액으로, 올 2분기 기준 29%의 낮은 단기외채 비중을 자랑한다"며 "이러한 견고한 대응 여력을 바탕으로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경제팀은 우리 경제와 금융부문의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해 분야별로 상황에 맞게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와 금감원은 7일부터 금융위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비상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비상대응체제로 전환한다. 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정보공유 등 협력을 강화하고 모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빠짐없이 24시간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에는 이미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안정화 조치를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현재의 상황에 단호한 각오로 긴장의 끈을 단 한 순간도 놓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서민계층 어려움 커" 금융지원 강화
이날 회의에서 임 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취약요인인 가계·기업부채 리스크를 언급했다.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취약한 리스크 관리가 우려되는 일부 금융회사에 대해 대출기준이나 위험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금감원이 특별 현장검사를 실시하는 등 현장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기업 구조조정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엄정한 손실분담'의 원칙을 확고히 지켜나가되 연관 산업이나 지역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최소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도 병행하여 실물경제 전반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외환건전성과 관련해선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과 공조해 금융권 외화차입 여건과 대외 익스포져 관련 특이동향은 일별로 점검하고 관계기관 간 즉시 공유하여 외환부문의 견고한 대응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에 대해 시장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외환·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신용평가사, 주요 해외투자자, 국제기구 등과 소통을 강화하는 등 대외신인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또 "불확실한 경제여건 속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중소기업과 서민"이라며 이들에 대한 금융 지원도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이 금융애로를 겪지 않도록 현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책금융 역량을 총 동원하여 메워나가겠다"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회사채 시장 인프라 개선 작업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불확실한 경제여건에 따른 실물부문의 어려움 가중으로 금융권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하며 전 금융권에 대해 외화유동성 상황과 건전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여 어떠한 대외 충격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실제 영업현장에서부터 가계와 기업부채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며 "금융개혁 역시 자율뿐 아니라 그 자율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라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는데, 자율이라는 측면만 내세워 금융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금융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키거나 불건전 영업행위로 시장 질서를 훼손해 금융권 스스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져버리는 행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임 위원장을 비롯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