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망을 보유한 '세계 1위' 비자카드가 내년부터 해외결제수수료율을 1.0%에서 1.1%로 0.1%포인트 올린다.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해외결제수수료율 인상 통보에 국내 카드사들은 "불공정행위"라고 비판하며 이달 들어 잇달아 공정거래위원회에 비자카드를 제소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자카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난 5월 카드사에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를 해왔다"며 "이에 지난 9월 국내 카드사가 한데 모여 비자카드 미국 본사를 직접 방문해 수수료 인상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최근 공정위에 직접 제소하는 방침을 세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0.1%포인트 인상 시 소비자 81억원 추가 납부
7일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카드 사용자들이 해외결제로 비자카드에 낸 수수료는 약 7100만 달러, 우리돈 812억원가량이다. 비자카드가 내년 1월부터 해외결제수수료율을 0.1%포인트 인상하게 되면 국내 카드 사용자들이 기존에는 해외에서 1000달러를 결제할 때 10달러를 수수료로 냈지만 앞으로는 11달러를 내야한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 카드 사용자들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해외에서 카드결제를 할 경우 약 81억원을 추가로 내야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해외 결제망 제공 카드사를 비자가 아닌 타사를 이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지만 카드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신용카드 해외 사용금액 기준 해외 결제망 제공 카드사 비중은 비자가 54%로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마스터가 35.4%, 아멕스가 4.8%, 유니온페이 등 기타가 5.7%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의 정책이 불공정행위라며 집단 반발하고 있지만 비자카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수료 인상은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며 "비자카드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 카드사에 일방적인 통보를 강행했고 이에 집단 반발에도 불구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이달 들어 차례로 카드사들이 공정위에 비자카드를 제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 막을 법적 장치 없어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의 수수료율 인상 통보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한 가운데 올 하반기 출시한 신상품 중 비자카드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 6월 출시된 10개 상품 중 2개만 비자와 제휴했으며 같은 기간 우리카드와 하나카드 역시 각각 4개 중 1개 상품을 비자와 제휴했다. 삼성과 현대카드의 경우 하반기 출시된 신상품 2개 가운데 비자카드 상품은 하나도 없었으며 롯데카드 역시 신상품 1개를 마스터카드와 제휴했다.
국내 카드사 한 관계자는 "마케팅 전략에 따라 마스터카드나 유니온페이와 제휴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공정위 제소와 관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시민단체들도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 통보와 관련해 7일 비자코리아를 방문, 불매운동을 벌였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 관계자는 "비자카드가 국내 카드 이용에 대해 어떤 용역이나 서비스 제공 없이 해마다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면서 해외이용 수수료와 분담금을 차별적으로 대폭 인상하는 것은 우리나라 카드사와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수수료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지속해서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 역시 "비자카드의 행동은 카드사 수수료 인상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해외결제 수수료가 오르게 된다는 점도 큰 문제"라며 "다만 공정위에 제소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진 상당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법적으로 비자카드를 제재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