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재계와 정치권을 통틀어 향후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년 말 대통령선거가 예정된터여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고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더욱 빨라질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주체들마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셈법에 따라 행동 반경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수세에 몰린 쪽은 대기업이다. 경제민주화 목소리가 높아질 수록 대기업들은 지배구조, 사업확장, 2·3세 승계 등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대기업과 일부 재벌 오너에 쏠린 부의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여·야 관계없이 경제민주화를 부르짖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대선에서도 야당이 더욱 진일보한 경제민주화를 외쳤지만 오히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이를 상당부분 공약에 채택하면서 현 정권을 탄생시킨바 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경제민주화는 대한민국 헌법 119조 2항의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에도 담겨있다.
헌법에도 있는 내용을 입맛 따라 해석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대·중소기업, 경제민주화 놓고 '입맛 따라 해석'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연구위원은 7일 "기업지배구조 문제는 경제민주화 논쟁 중 하나로 '1주1의결권 원칙'과 '소유지배의 일치 원칙'을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보는 '주주민주주의'와도 연결된다"면서 "그런데 주주민주주의를 통해 소수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기업가치 증가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기업지배구조 정책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다.
주주민주주의가 강화될 수록 주식을 적게 갖고 있는 소수 주주들은 단기이익에 관심을 갖는 등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고, 이같은 권한 강화가 결국 기업의 혁신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 연구위원은 "경제민주화의 또다른 버전인 주주민주주의 논리에 기초해 우리나라는 오히려 (제도 개선으로)투기자본들에게 매력적인 지배구조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면서 "(오너의)지배권 강화수단인 차등의결권 주식과 계열사간 상호(순환)출자를 무조건 금지하는 현행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더욱 강력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계 맏형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올 상반기 '바른 시장경제'를 핵심 추진 목표로 삼은 바 있다. 이는 경제민주화와 같은 개념이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바른경제란 그간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를 자원 배분을 더욱 합리적으로하고 고용을 창출해 성장을 지속하고, 임금 양극화를 완화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를 위해 '바른 시장경제 추진 TF'를 꾸리기도 했다.
바른경제의 핵심 과제엔 대기업집단 일감몰아주기 개선 등을 통한 경제력 집중력 완화, 징벌적 손해해상제도 확대 등 불공정 거래행위 처벌 강화, 대·중소기업을 차별하는 불합리한 금융환경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경제민주화 채택한 박근혜 정부도 결국…
경제민주화는 현 정부 역시 핵심 과제로 꼽았었다. 2013년 출범 직후 ▲경제적 약자 권익보호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익편취행위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내용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하면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8월 말 내놓은 경제민주화 정책을 중심으로 한 현 정부 공약이행평가에서 "박 대통령은 선거 기간과 집권 초기에 경제민주화를 국가적 의제로 삼았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이 주도해 발의한 법안들이 자동폐기됐고 올해 (새누리당)총선 공약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는 이제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민주화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핵심 정책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관련 이슈를 제기해 지지를 받고 집권한 현 정권 마저도 정책을 제대로 펴보지 못한 채 끝을 맺는 상황이고,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순실 사태에서 나타난 '갑질'로 국민 모두가 충격을 받고 있어 양극화를 줄이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경제민주화가 이참에 전례없는 호응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