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책 변화에 따른 섹터 영향과 긍정적 영향받는 기업 자료=하이투자증권
"클린턴의 당선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죠.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이 무너질까 걱정하지 않아요. 다만 오르는 종목만 오르다 보니 기존 주도주를 계속 보유해야 할 지 다른 종목으로 갈아탈 지를 궁금해하시죠."
8일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증권사 영업장은 차분했다. 평소보다 전화벨이 조금 많이 울리는 수준이었다. "클린턴이 되느냐, 수혜주가 뭐가 있느냐…." 미국 대선 수혜주를 소개해 달라는 전화부터 주식과 펀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 전화까지 다양했다.
이날 주식시장도 숨죽인 모습이었다. 코스피는 강보합을 보이며 전날보다 5.80포인트 오른 2003.38에 마감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 심리가 팽팽하게 맞선 결과로 해석된다.
◆"지켜보자, 결과를 보고 해도 늦지 않다"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영업점에서 만난 박 모씨(51·남). 그의 눈은 전광판을 향했지만 머릿속은 미국 대선과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권 이슈로 꽉찼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무혐의 종결 결정을 지렛대 삼아 클린턴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김씨는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주식투자를 결정하려고 증권사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인근 현대증권 영업점도 삼삼오오 고객들이 모여 미국 대선과 '최순실 게이트' 등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했다. 한 고객은 "지난주부터 객장에 사람이 조금 늘었다. 모두 안갯속 정국을 걱정한다"고 귀띔했다.
증권가도 미국 대선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 세운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연구원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첨단 제조업 육성을 위한 투자와 인프라, 재정지출 확대라는 큰 틀의 정책에선 같은 입장"이라며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최근의 경기 모멘텀과 이익 개선을 반영하며 주식시장이 상승 추세로 재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하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브렉시트와 같은 패닉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정치적 위험이 높아지면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며 "유동성 확장 국면의 연장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 글로벌 증시가 일시적인 패닉 이후 'V'자형 반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면에서는 공화당 집권이 낫다는 견해도 있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신흥국 입장에서는 공화당 집권시 수출 확대에 따른 경기 모멘텀이 나타난다"면서 "수출이 주력인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의 주가 모멘텀은 소비를 촉진하고 가계의 레버리지 확대에 관대한 공화당 집권 시 확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민주당이 집권 당일때 보다 공화당 집권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더 높았다.
◆외환 시장 긴장감 속에 마감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딜링룸. 트레이딩부에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이라도 한 듯 원·달러 환율은 강세 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는 8.1원 내린 1135.0원.
덕분에 많은 딜러는 여느 때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한 딜러는 "시장의 특성상 평소에도 장중에 쉽게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처럼 긴장감이 클 때는 점심시간은 그림의 떡이다"고 전했다. 주문한 도시락을 입에 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이들의 눈은 4~6개의 모니터를 떠나지 못한다. 양손은 하루 종일 단말기 주변을 분주히 맴돈다.
'기러기 아빠'인 은행원 이 모씨(51)는 걱정이 태산 같다. 그는 아내와 초등학생·중학생 자녀는 미국 시카고에서 생활하고 있다.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달러값이 오를 것이란 소식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미국에 유학 중인 가족의 집세와 생활비로 매달 2000달러를 보내던 이 씨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처지에 놓인 것. 이 씨는 "아이들에게 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어서 한국 쪽 비용을 더 줄여야겠다"며 우울해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신통치 않았던 미국 달러화가 클린턴이 당선되면 강세로 한해를 마감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금리 인상에 장애물이 제거됨에 따라 달러화가 다른 무역상대국 통화 대비 3% 강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유로화나 엔화, 스위스 프랑화의 가치와 금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반면에,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로 신흥시장 통화가치는 5∼7% 떨어질 것으로 TD증권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