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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정부는 기회라는데… 재계는 '걱정' 온도차 ↑

유일호 부총리등 "기회다" 이구동성

자료 : LG경제연구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대해 10일 일제히 '기회'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날 미국의 대선 결과를 접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사이에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관료들이 앞장서 '립서비스'를 하는 것은 본분일 수 있다. 하지만 향후 국정을 책임질 총리 뿐만 아니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까지 갈릴 것이 뻔한 상황에서 향후 닥쳐올 사태에 대해 현 시점에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집권 이후 미국 등과 직접 교역을 하며 예기치 못한 다양한 변수에 맞닥트려야 할 기업들은 돌 다리도 두드려 갈 만큼 사태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괜찮다는데 막상 현실이 된 기업들 입장에선 걱정만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관료들, 이구동성 '트럼프 당선은 기회'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교역과 투자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를 위해 양자채널을 강화하고 미국 의회와 업계 등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통상정책 방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주요 20개국(G20) 및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보호무역 확산 저지를 위한 국제공조를 병행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한·미 FTA에 대해 "미국내 일자리를 좀먹는(Job Killing)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재협상을 공약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결국 중국에만 도움이 될 '최악의 협정'"이라며 통과를 무산시킬 것임도 공언했다.

우리 나라 입장에선 트럼프의 당선으로 통상에 대한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 것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낸 입장자료에서 "해외건설은 저유가와 이란 경제제재 가능성 등 부정적 요인이 커질 수 있으나 미국 내 인프라투자가 늘어나 (우리에게는)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시장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모니터링을 철저히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도로, 교통, 에너지, 통신 등 인프라 분야에 무려 1조 달러 투자를 공언한 바 있다.

중소·중견기업 정책을 맡고 있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도 이날 대전 본청 대회의실에서 긴급확대간부회의를 열고 "트럼프의 핵심공약 중 하나가 구경제(제조업 등 전통산업)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우려와 달리 국내 중소·중견 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도 안좋은데…걱정 늘어난 경제계

하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과 교역 등으로 직접 마주하게 될 경제계는 더욱 조심스럽고 특히 부정적 효과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이 '근린 궁핍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는 말 그대로 자국의 번영을 위해 주변 나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경우 주변 국가와 세계경제가 피해를 입는 것은 필연이라는 것이다. 지리적으론 멀리 있지만 정치, 경제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음은 물론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펴낸 '불확실성 높은 트럼프 시대의 세계경제'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리쇼어링(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 확대 등이 미국 경제 부흥과 일자리 확충에 도움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론 성장 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그동안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개발을 통해 세계경제와 산업의 진보를 주도해왔던 미국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통 제조업' 중시로 돌아설 경우 세계경제의 혁신 동력도 둔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오히려 제조업이 뒷걸음칠치고, 미래형 에너지 및 환경산업 등 신성장 산업도 둔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강대학교 허윤 국제대학원장은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마련한 '미국대선과 한국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시사점' 정책좌담회에서 "트럼프 집권으로 미국의 TPP 탈퇴는 기정사실로 보이며 이럴 경우 TPP는 미국이 빠진 11개 나라가 재협상하거나 협상 자체를 폐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미 FTA도 재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로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 뿐만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재계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날 교도통신과 아사히·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보호무역 강화 발언을 해 온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일본 산업계에서는 향후 미국 정부가 미국 우선 정책을 실시해 세계 경제가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영자단체인 경제동우회의 고바야시 요시미쓰(小林喜光) 대표간사는 "트럼프가 이긴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과 비교해 세계 경제에 차원이 다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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