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강동원 "'잘하는 것' 말고 '좀 더 새롭고 재미있는 것'"
'가려진 시간'서 13세 소년 연기
재미있는 시나리오 선택이 타율의 원동력
엄태화 감독과 편집본 보며 꼼꼼히 체크
대한민국에서 강동원(35)만큼 다양한 옷을 입은 배우가 또 있을까. 영화 '검사외전'에서는 죄수복을, '검은사제들'에서는 사제복을 입었다. 더 과거에는 사형수 복장까지 입었다. 초능력자, 도사, 남파공작원 등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비슷한 캐릭터가 없다. 그런 그가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는 단 며칠만에 어른이 되어 돌아온 13세 소년 성민을 연기한다.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영화인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원은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낸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저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성민을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관객이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13살 소년이 친구들과 함께 산에 다녀온 뒤 갑자기 어른이 되어 돌아올 때 연기 톤의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결국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공감하는 지점이 적정선이라고 생각했죠. 남자 어른 (20~50대)이 봐도 오글거리지 않게 톤을 설정했어요. 솔직히 안 오글거린 수는 없을 거예요. 13세 때 멈춰진 세계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15년을 지냈는데 어느 날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 30대 남성의 지적 수준을 이야기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가려진 시간' 속 성민이 체험한 멈춰진 세계는 말그대로 소리도 빛도, 모든 게 멈춰진 세상이다. 강동원은 "영화 촬영이 시작하고 난 뒤 뭔가 잘못됨을 알았다"고 밝혔다.
"전 장면 모두 야외촬영이었어요. 제작비를 생각해서라도 풀셋트에서 촬영해야 했다고 생각해요. 바람만 불어도 NG, 머리카락만 날려도 NG니까요. 연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들었던 거죠. 예상했던 촬영기간보다 한달 반에서 두달 정도 더 걸렸죠. 특히 바닷가 촬영할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다행히 촬영하는 날 바람이 적게 불었고, 조명팀이 바람을 최대한 막아줬기 때문에 영상이 나올 수 있었죠. "
강동원은 촬영 중간중간 엄태화 감독과 함께 편집본을 자주 봤고, 수정할 부분을 의논했다. 사운드와 음악, CG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촬영장에서 강동원은 배우와 제작진 통틀어 가장 영화 경험이 많은 배테랑이었다. 하마터면 대사로 대체될 뻔한 장면도 강동원의 설득하에 찍을 수 있었다.
상업 영화가 아닌 비상업 영화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강동원은 신인 감독들의 작품에도 출연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강동원의 행보가 영화 투자·배급에 선순환을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솔직히 제가 타율이 좋은 편이기는 하죠.(웃음) 어릴 때부터 남들과는 좀 다른 걸 선호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 저희 가족과 이웃들이 다 롯데(야구)를 응원하니까 그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 빙그레를 응원하기도 했어요.(웃음) 좀 더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클래식한 걸 더더욱 잘 만들어내는 것에도 관심이 있고 즐거운 작업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것과 함께 '도전'을 하는 것도 좋다는 거죠. 3년 전부터는 영화 제작에 대한 제안도 가끔 들어오더라고요. 주변의 권유에 '단편을 한 번 찍어볼까?'도 생각했었는데 사람마다 다 쓰임이 있잖아요. 제가 제작에 시간을 쏟아부으면 아무리 단편이라도 2~3년이 걸릴텐데 배우 활동에 지장이 올 것 같더라고요."
'타율 좋은 배우'가 되기까지 강동원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재미있는 시나리오 선택이었다. 구조적으로 탄탄하고 기승전결이 갖춰졌는지, 그리고 어떤 소재를 어떻게 분석했는지를 보는 것. 역할 선택도 '잘하는 것' 말고 '재미있고 흥미있는 것'이 우선이다.
"'늑대의 유혹'이 잘되고 나서 관객분들은 '늑대의 유혹과 같은 영화에 어울리는 사람이야'라고 생각을 하세요. 그리고 그런 작품이 성공을 하면 제게는 그런 류의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오는 게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절대 그 흐름을 따라가지 않았어요. 이후에 찍은 '초능력자'는 투자가 잘 안된 편이에요. 모두가 '실패의 카드'라고 했었죠. 주변에서 시나리오 내용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라 말도 많았고요. 하지만, 보란듯이 성공을 시켰기 때문에 이제는 함부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죠."
배우이기에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강동원. 대학교 1학년때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20대는 거의 혼자 시간을 보낸 게 대부분이었다고.
"이제는 서로 이해를 해주죠. 다들 사회생활을 하는 동지니까요. 한해한해 나이가 들면서 부담감보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점점 더 책임도 많아지고 해야할 일도 많아지니까요. 그리고 또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가니까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요."
'믿고 보는 배우' 강동원이 선택한 판타지 '가려진 시간'은 오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