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9조3000억원대 M&A로 전장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가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M&A로 전장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14일 이사회에서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뱅앤올룹슨(B&O)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의 음향 전문 기업 하만(Harman) 인수를 결의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가격은 주당 112달러, 총 80억 달러(9조3000억원)다. 이는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기업은 인포테인먼트에서 삼성보다 많은 특허를 보유한 전장 기업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텔레매틱스, 보안, OTA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선도기업이다.
인포테인먼트는 IT 기술을 활용해 차량의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의 기능을 스마트폰처럼 사용하는 기술이다. 최근 출시를 앞둔 신차들은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도입해 버튼 대신 터치스크린과 음성명령으로 차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다.
전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IT 장치를 일컫는다. 스마트카가 대두되며 성장 잠재력이 커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출범시키고 자율주행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배터리를 모두 보유한 만큼 스마트카 사업으로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가 전장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향후 스마트카를 향한 삼성전자의 행보에 속도가 날 것"이라며 "결국 자동차가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변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수익모델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사업 규모를 늘리기 위해 기업 인수와 협력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7월에는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자했고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 제작회사 인수도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후발주자로 부족한 기술력은 문제가 됐다. 미국 지식재산권(IP) 전문 사이트인 IP워치도그의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중심으로 사업을 준비했던 삼성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특허 비율이 3.9%로 8위에 그쳤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하만은 6.5%의 특허를 보유해 5위를 차지했다. 두 기업의 보유 특허 비율을 합치면 10.4%로, 1위 GM(21.4%), 2위 포르셰(12.3%)에 이어 3위로 올라선다.
이번 합병은 지난달 27일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하는 대규모 M&A라는 점에서 전장 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이후 처음으로 하는 대규모 M&A가 전장사업으로 정해졌다. 이번 인수는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연평균 9% 성장세를 보이는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450억 달러 규모였던 커넥티드카용 전장사업 시장은 2025년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카 전체 전장 규모도 지난해 542억 달러에서 2025년 1864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글로벌 TV 시장 규모는 1000억 달러 수준이다.
하만의 직전 12개월 동안 매출 70억 달러, 영업이익은 7억 달러에 달한다. 매출의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했으며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에서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업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인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글로벌 선도기업인 삼성전자가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는 "최근 IT 기술이 자동차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수한 기술과 폭넓은 사업분야를 고루 갖춘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해졌다"며 "고객들에게 더욱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하만이 보유한 전장사업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와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을 결합해 커넥티드카 분야의 새로운 플랫폼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