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스타트업 청년채용 페스티벌에서 참가자가 채용상담을하고 있다. /뉴시스
"사람마다 각자 길이 다르잖아요. 원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려고 스타트업(창업초기 벤처기업)에 지원했습니다. 노력을 기울인 만큼 회사가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즐거워요. 요즘은 회사의 도움을 받아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융복합 인재가 되어 회사가 준비하는 인문융복합 사업을 주도하려고요."
스타트업과 청년 구직자를 이어주는 '스타트업 청년채용 페스티벌'이 15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중소기업청, 청년희망재단,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주최한 첫 스타트업 전용 청년채용 행사다. 올해 처음 열린 행사에는 35개 유망 스타트업과 청년구직자 300여명이 참석했고 스타트업 인식개선을 위한 '스타트업 취업 인식개선 공모전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스타트업 청년채용 페스티벌에는 우아한형제들, 쿠팡, 직방, 플리토, 메쉬코리아 등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는 우아한형제들의 특강으로 시작됐다. 특강을 맡았던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미팅을 이유로 불참해 박세헌 수석이 자리를 대신했다.
박세헌 수석은 참석자들에게 우아한형제들의 현황과 근무 규율 등을 설명했다. 그는 "좋은 스타트업은 기존 관행과 경직된 사고를 부정하며 새로운 가치·경험을 제공한다"며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또 실력과 기여만큼 회사의 인정을 받고 싶다면 스타트업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5개 기업이 참여한 스타트업 취업 인식개선 공모전 최우수상은 IoT 융복합 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다윈에게 돌아갔다. 다윈의 황혜경 사원은 '진화, 그것이 우리의 이름이다'라는 수기에서 다윈에 입사해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그는 "박사과정을 중도에 포기하고 공과금도 못 내는 생활을 하다가 다윈에 아르바이트로 입사해 정직원이 됐다"며 "노력을 기울인 만큼 회사가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즐겁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박용호 청년위원장이 함께했다. 황교안 총리는 축사를 통해 "30년 가량 공직생활을 했는데 요즘 후배 공무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가려 하지 말고 스스로 노력해 좋게 만들 수 있는 자리를 가라고 당부한다"라며 "편한 길을 가면 남는 것이 없지만 힘든 길을 가면 인생의 보람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독려했다.
야심차게 마련한 행사지만 참가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은 아끼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참가자들은 "청년위원회와 청년희망재단이 주최한다기에 청년이 주가 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들러리였다"며 "취지는 좋은 행사인데 취지에 부합하는 운영을 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구직자는 "스타트업과 1:1 면담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장소가 좁고 사람이 몰려 불가능했다"며 "강연을 듣기 위해 사전신청까지 하며 참가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구직자도 "운영 방식에 체계가 없다"며 "내실 있는 면접이 가능하려면 참가 인원을 제한하고 행사 날짜를 늘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참가 스타트업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참가 업체는 "35개 기업이 회사 소개를 1분씩 하도록 구성됐는데 1분 동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회사를 제대로 알릴 수 없으니 여기서도 잘 알려진 일부 기업에만 관심이 쏠린다"고 불만을 표했다. 다른 참가 기업은 "면접 신청자가 많아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 첫 행사라 시행착오가 많은 것 같다"며 "장소와 인원, 시간 등의 문제를 꾸준히 개선한다면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이번 행사에서 지적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해 스타트업 청년채용 페스티벌이 국내 대표 스타트업 채용 행사로 자리 잡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청년위원회 관계자는 "면접 시간 등을 참가 기업에 일임했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몰려 사전신청자도 제대로 면접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향후 스타트업과 구직자의 매칭을 직접 관리해 내 실있는 행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