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는 올해에 이어 2%대의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되면 3년 연속으로 2%대에 머무르게 되는 셈이다.
특히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소비와 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고용시장 위축도 불가피하다.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건설경기도 아파트 과잉공급으로 올해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미국 경제는 성장세가 유지되겠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복병이다. 중국의 경기둔화도 우리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내년 국내 산업은 주력산업들의 회복세가 더뎌지는 가운데 전자, 철강, 건설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은 약세를 각각 보일 전망이다. '3강, 3약' 구도다.
◆내년 성장률 2%대? 3년 연속 '저성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7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 "내년은 대선과 맞물리면서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무엇을 더 중요시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확산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경제성장률 3%대' 진입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올해 중반까지 미약하지만 반등했던 경기 흐름이 하반기들어 정체됐고 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5년 2.6%, 올해 2.5%(예상)에 이어 내년엔 2.7%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것도 좋지 않은 징조다. 잠재성장률은 1991~1995년 당시 7.3%이던 것이 2006~2010년엔 3.9%까지 떨어지더니 2016~2020년에는 2.7%로 추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대표적인 것이 가계부채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질적 개선은 됐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워낙 빨라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가 낮지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강 원장은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데 특히 청년 및 노년층 고용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면서 "산업 전반의 위기가 타 산업으로 전염되는 경로를 차단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계기업 증가추세도 지속되고 있어 한마디로 '산업 빙벽'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응 능력은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대외여건은 내년에 다소 나아져 수출은 미약하지만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 상반기 대외경제를 국가별(지역별)로 나눠보면, 미국의 경우 소비 중심의 성장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완만하게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기업 부채와 과잉 공급 축소 등으로 경기가 둔화되지만 경착륙보다는 'L자형'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로존과 일본은 각각 브렉시트 협상과 아베노믹스 한계로 경기 회복세가 제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력산업 중 전자, 철강, 건설은 '선방'
주력 산업 가운데 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기존 스마트폰 중심의 성장전략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전년대비)은 2014년 29%, 2015년 14%에서 올해엔 5%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내년에도 6%대 성장이 점쳐진다. 그러나 듀얼카메라와 플렉시블 올레드(Flexible OLED) 중심의 하드웨어 시장은 수요 증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GM 볼트와 테슬라 모델3 등 2세대 전기차 사이클 시작에 따른 배터리와 전기차 부품 수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전방산업 침체 영향에도 철강재와 비철금속 가격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철광석을 비롯해 원자재 가격 강세 등의 영향으로 2017년 상반기 출고가격이 약 15~20%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고, 최근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 개선으로 구조조정 필요성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건설은 해외 저가수주로 인한 손실 반영이 상반기 중 완료되고 글로벌 재정확대 정책 기조에 따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이란시장의 신규 발주가 기대되면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신규분양 둔화가 우려되지만 최근 3년간 주택시장 호조에 따른 주택매출 급증으로 건설사 영업이익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는 2017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 증가율이 2%로 하락하고 특히 국내 업체의 주력 시장인 미국(0%)과 한국(-2%)의 부진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새로운 이동 수단 등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하는 시기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위기는 더 심화할 것으로 평가했다.
조선은 내년 노후선박 교체 수요만 봐도 선박 발주가 올해보다 늘어나고 신규 환경규제가 선박 교체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했지만, 업황 개선 속도가 매우 느릴 것으로 봤다.
특히 수주 잔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주 개선 시점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조선사들의 매출이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은 수요 증가가 신증설 규모보다 큰 수요 우위 상황이 이어지지만, 상반기 경기 정점을 경험한 이후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설 정기보수가 대부분 상반기에 마무리되고 하반기 북미 에탄분해시설(ECC) 신증설 물량 출회를 업황 전환의 주요인으로 진단했다.
전경련 임상혁 전무는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올해는 미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FTA 재협상 가능성과 내수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사업계획 수립에 난항을 겪는 기업이 많다"며 "기업과 국민 등 경제주체의 심리가 부정적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