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하야'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국회 기능이 마비됐다. 특히 예산안 법정시한이 다음 달 2일까지인데, 지난 국회들과는 달리 '너무도'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야 3당은 '촛불집회' '전국적 퇴진 운동' 등으로 당론을 모으며 '박 대통령 하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새누리당도 박 대통령 '하야' 문제를 두고 지도부 퇴진ㆍ당 해체ㆍ박 대통령 퇴진 등 의견이 갈리며 내홍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되면서 올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돼 왔다. 또한 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예산안 처리는 법정시한을 넘기고 연말까지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의장이 취임하게 되면서 야당으로서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정부ㆍ여당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예산안 심사를 묶어둘 수 있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하야' 정국이 펼쳐지면서 오히려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불식됐다. 현재의 '국정운영 위기 상황'에서 국회의 예산안 심사 중 정치권이 대립각을 세우며 대치할 경우 자칫 '정쟁'으로만 비춰지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오르기 시작한 초반에는 이른바 '최순실 예산 삭감'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있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여야의 견해 차가 크지 않다.
실제로 올해 예산안은 예년보다 10일 가량 빨리 넘어와 예산결산위원회의 활동 시점도 지난 해에 비해 빨라졌고, 이로 인해 예산조정소위 가동 시점 역시일주일가량 빨리 시작됐다.
예산안 심사를 법정시한 내에 처리한 것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국회가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겠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이번 예산안 심사가 어느 때보다 '졸속'으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국민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이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되면서 '적절한 감시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예산안 심사 전부터 논의돼 온 '법인세' 문제도 내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야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각 인상ㆍ인하를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여 왔지만, 무관심 속에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런 무관심 속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시 돼온 '쪽지예산'도 어느 때보다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