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국제게임박람회 지스타 2016에서 관람객이 HTC의 VR기기 '바이브'를 시연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게임박람회 '지스타 2016'이 막을 열었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지스타에선 가상현실 관련 첨단 기술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유명 VR기기 '바이브'를 생산하는 대만의 HTC는 이번 지스타에서 HTC 바이브의 국내 출시 계획을 밝혔다.
지난 4월 세계 시장에 출시된 바이브는 PC에 연동해 사용하는 VR기기다. 현존하는 제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며 스마트폰용 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달리 카메라 탑재 HMD, 무선 컨트롤러 등이 포함된다. 자리에 앉아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움직이며 체험하는 룸 스케일 무브먼트 제품이다. 현재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VR 게임분야의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HTC는 그간 한국 시장에 바이브를 출시하기 위해 전파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7월 HTC의 칼 랜 이사는 "한국에서 전파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파 인증은 전자기기가 전파 환경 등에 해를 끼칠 수 있는지 검사하는 과정으로, 이 인증을 받은 기기만 국내에서 판매될 수 있다. HTC 바이브는 지난 10월 전파 인증을 획득했다.
바이브의 전파인증을 획득한 HTC는 유통사로 제이씨현시스템을 선택하고 공식 출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컨트롤러, HMD 등을 모두 갖춘 바이브 가격은 125만원이다. 지스타 현장을 찾은 레이먼드 파오 HTC 아시아 태평양 지역 VR부문 부사장은 "바이브는 세계 최고의 VR시스템"이라며 "이번 공식 출시로 게임 강국인 한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브는 공식 홈페이지와 옥션, G마켓,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에서 구입 가능하다. HTC는 내달까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더갤러리에피소드1: 콜오브더스타시드'·'좀비트레이닝시뮬레이터' 등 번들게임 2종을 제공하고 1년 무상 AS도 지원할 예정이다. HTC는 바이브의 원활한 구동이 가능한 PC의 가격까지 감안할 경우 소비자가 300만원 가까이 지출해야 하기에 상업용 바이브를 판매해 'VR방'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지스타 2016에서 구글은 영상과 이미지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로봇 '비전봇'을 선보였다. /오세성 기자
반면, 한발 앞서 VR 기기를 선보인 소니(SIEK)는 지스타에 체험존을 꾸리며 제품 홍보에 나섰다. 소니는 자사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PS4)에 호환되는 'PS VR'을 지난달 국내 출시했다. PS4와 PS VR까지 구매하더라도 100만원 수준이어서 바이브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낮다. 기존 제품군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어지럼증도 상당부분 개선했다는 평가다.
SIEK는 지스타 2016에 발매 예정 타이틀 18종을 포함한 총 41종의 타이틀을 선보이며 다양한 콘텐츠 라인업을 자랑했다. 유통 물량이 부족해 구할 수 없었던 PS VR, PS4 Pro 등의 현장 판매도 진행했다.
현재 230개 회사와 협약을 맺은 SIEK는 연내 50종의 타이틀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안도 테츠야 SIEK 대표는 "지난해 지스타에 왔는데 부스에서 게임에 몰입하는 유저들을 보고 감동받아 한국에 가장 먼저 PS VR을 출시했다"며 "벌써 1년이 지나 지스타에서 PS VR로 인사하게 돼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구글은 머신러닝 기반의 비전봇을 선보였다. 머신러닝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AI)의 일종이다. 비전봇은 카메라로 인식한 영상을 스스로 판단한다. 사람이 얼굴을 보여줄 경우 영상을 분석해 '사람'이라고 인식하며 안경을 들이밀 경우 '사람의 행동', '안경' 이라고 판단한다. 사람의 표정까지 분석하기에 사람이 웃음을 지으면 이를 인식하고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영상을 스스로 분석하는 비전봇 API를 활용할 경우 인터넷에 유통되는 음란 동영상을 단속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도 "국내에는 아직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