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박한 쇼핑을 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등 거대 소비시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두 국가의 인구만 합쳐도 15억명에 달한다. 이들을 관광객으로 한국에 유치하면 막대한 내수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올들어 7월까지 여행수지는 29억 달러 적자다. 주식시장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 및 비거주자의 카드 국내 사용실적 추이
◆ 외국인 씀씀이 줄여
우리나라의 관광수지 적자 행진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일반여행 수입액 100억6800만 달러에서 지급액 129억6940만 달러를 뺀 관광수지는 29억140만 달러(약 3조20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국제수지의 서비스무역 통계에서 일반여행은 유학, 연수를 제외한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가리킨다.
지난 1∼7월 관광수지 적자는 작년 같은 기간 33억8370만 달러와 비교해 14.3%(4억8230만 달러) 줄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늘었지만 씀씀이는 줄고 있다.
우리나라에 입국한 외국인은 981만3342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34.3% 늘었다.
그러나 씀씀이는 줄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6년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을 보면 3분기 비거주자의 국내 카드 사용금액은 27억41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2.3% 줄었다. 3분기 외국인의 카드 1장당 사용금액은 189달러로 2분기(194달러)보다 약간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내국인 2억7711만 달러, 외국인 6억6647만 달러 등 총 9억4358만 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외국인 매출은 전월보다 2.33% 줄었고, 전체 매출은 2.52% 감소했다. 9월 외국인 이용객은 171만 명 규모로 전월 190만명보다 10.0% 감소했다. 내국인을 포함한 전체 이용객은 446만명에서 416만명으로 6.7% 줄었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친화적인 관광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지역이 제주나 부산, 서울 등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고, 바가지요금도 여전하다. 최근 한류 열풍 등으로 관광 수입을 극대화할 만한 호재가 있었지만 여전히 열악한 국내 인프라스트럭처로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지 못했다.
◆ 주식시장에선 발 빼고
호주중앙은행(RBA)은 올해 초 "최근 보유 외환 다변화를 위해 한국 원화에 투자를 시작했다. 외환보유액 중 5% 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한국투자 및 자본시장에서 지갑을 꺼내길 주저하는 모습이 여전하다. 이는 한국 투자여건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또 기업의 실적 부진과 원화 약세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2016년 6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대외금융부채는 9597억 달러로 47억 달러 늘었다. 대외투자를 의미하는 대외금융자산은 1조1938억 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260억 달러 증가했다. 한국의 해외 증권투자·직접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도 트럼프가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되면서 외국 투자가 줄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1조7100억원어치 팔았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NH투자증권 이현주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는 통상 신흥국 자본이탈 우려로 확산한다"며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환율 수준이 1150원선이라는 점에서 자금이탈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통계를 구간별 순매매 규모를 보면 외국인은 1100∼1150원 구간에서 35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1150∼1200원 구간에서는 13조9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또 2013년 이후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이 두드러진 여섯 차례 구간에선 2015년 9∼10월을 제외하고 모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전망과 투자자금이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정상화로 우리나라의 금리·환율의 상승 위험이 부각하면 평가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제적인 채권 매도로 자금 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작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의 채권투자 규모는 10조1000억원 줄었다.
한은은 지난 11일 '미국 대선 결과 및 새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당선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