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연루 기업들이 기금 출연은 청와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이뤄졌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을 일괄 기소하며 박 대통령이 이들과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발표를 통해 연루가 확인된 기업들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청와대의 강요를 버틸 수 없었다는 입장도 조심스레 드러냈다.
우선 현대자동차는 최순실 씨의 지인 회사에서 11억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고 차은택 씨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원 상당의 광고를 몰아줬다.
이에 대해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브로슈어 같은 것을 주면서 '한번 검토해달라'고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그걸 무시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하지만 두 회사에 돌아간 이득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는 안 전 수석에게 사실상의 강요를 받아 KD코퍼레이션에서 공기청정 기능 관련 흡착제를 납품받았다. 현대차는 최순실 씨 지인이 운영하는 이 업체의 제품과 기존 수입품을 비교한 결과 24%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몰아줬다는 발표에 대해서는 "62억원 가운데 대부분은 언론사에 광고료로 지급됐고 플레이그라운드에게 돌아간 돈은 수수료 등 13억원"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컴투게더 대표에게 포레카의 지분을 넘기라고 강요하다 미수에 그쳤다고도 발표했다. 포레카는 포스코의 광고계열사였으며 컴투게더가 인수했다. 일각에서는 포레카 매각 초기부터 포스코 경영진이 최 씨와 공모했고 권오준 회장 선임도 최 씨의 영향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언급이 어렵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은 포스코에게 펜싱팀을 창단하고 더블루케이에 매니지먼트를 맡기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KT는 최 씨의 임원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KT는 차은택 씨와 최순실 씨가 추천한 2명을 광고 발주 담당 전무와 상무보로 채용했다. 이후 차 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줬다.
올해 실적이 좋아 분위기가 고무됐던 KT는 '비선 실세'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직원들의 사기가 꺾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관련된 인물이 모두 퇴사했고 아직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언급이 곤란하다"며 "추가 수사 협조 요청이 오면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기부에 대해 검찰은 최 씨와 안 씨의 직권 남용만 언급하고 뇌물죄 관련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이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최순실 씨가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 출연했다. 최 씨가 롯데그룹 압수수색(6월 10일) 하루 전날 이 돈을 돌려주며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따로 만난 사실도 확인되며 대가성 논란은 더욱 커졌다.
롯데그룹은 "출연에 대가성이 있었다면 롯데 잠실면세점 탈락이나 4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 등이 설명되지 않는다"며 "검찰 수사로 70억원 추가 출연은 대가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