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반은행 가계부채 만기구조 비중2016년 6월말 현재 은행계정 원화대출금 기준자료=일반은행 12개사 업무보고서를 기초로 한국기업평가 정리
금융당국은 24일 아파트 집단대출과 상호금융 등 주택담보대출에도 분할상환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현재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고,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대비한 보완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아파트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분할상환 원칙을 적용키로 하면서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부동산 시장에 향후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당국이 잔금대출에만 적용 대상에 포함했지만 사실상 중도금 대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한다.
◆중도금 대출에 영향…신규 분양수요 감소 우려
정부는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공고한 사업장부터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한해 현재 일반 주담대에 적용하고 있는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마찬가지로 적용키로 했다. 지난 2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5월 전국에서 확대 시행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상환능력 범위에서 돈을 빌리고 빌린 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유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내년 1월 1일 이후 공고된 사업장에 당첨된 수분양자는 2~3년 뒤 잔금대출을 받을 때 이 조치를 직접적으로 적용받는다. 오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입주 후 집단대출 원리금을 곧바로 갚을 능력이 없는 수분양자의 경우 애초 분양 단계에서부터 신청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오는 2019년부터 매년 1조원 가량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감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잔금대출에만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중도금 대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분양 당첨자가 무턱대고 중도금 대출을 받을 경우 2~3년 뒤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원리금 상황이 어렵게 되는데, 은행 입장에선 중도금 대출 시부터 수분양자의 2~3년 뒤 원리금 상환능력을 미리 들여다보고 안내를 강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8.25 대책 이후 은행들은 중도금 대출 때에도 차주의 소득증빙 서류를 반드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역시 2~3년 뒤 자신이 원리금을 곧바로 나눠 갚을 능력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입주를 포기하거나 아예 분양 신청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외 신규 분양수요 감소에 미치는 여파도 우려된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당국이 집단대출에 명시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들이대진 않았지만 사실상 DTI와 마찬가지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한다.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잔금대출의 가이드라인 대상 포함은 집단대출에 사실상 DTI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어 온 집단대출 증가속도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는 "분할상환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주담대비율(LTV) 70% 한도에서 얼마든지 대출이 가능하므로 DTI가 직접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 가계부채 대책, 근본 처방 미흡"
대출심사 시 대출자의 기존 대출까지 포함해 상환능력을 따지기로 한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도 연내 도입하는 방안도 주목된다.
DTI는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주담대를 받을 때만 적용되지만 DSR은 은행과 보험, 캐피털 등의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에도 적용된다.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이 되는 잔금대출에도 DSR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선 이날 당국의 가계부채 대응방안이 13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당분간 늦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으로는 미흡하다"며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불안감 속에 주택이라는 부동산 자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가계의 불확실성에서 나온 행위"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근본적으로 부동산시장으로 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하려면 DTI와 LTV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에 들어선 만큼 이제부터는 금리인상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이는 게 당면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