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청와대의 '깜짝' 신임 경제부총리 발표 직후 임종룡 내정자는 당초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책 간담회를 뒤로 하고 카메라 앞에서 향후 위기의 한국경제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지 소감을 밝혔다. 임 내정자는 당시 "현재의 대내외적 상황을 경제 위기 수준으로 인식한다. 경제 위험요인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단호한 어투 속에 임 내정자는 '그날' 한국경제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애시당초 책임감 하나 만큼은 경제부처 관료 사이에서도 으뜸으로 칭송 받는 임 내정자였다. 기자는 이후 '기자수첩'을 통해 임 내정자의 경제부총리로서 역할을 기대한 바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등 침몰해가는 한국경제를 살리는 데 임 내정자의 빠른 판단과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었다.
한 달여가 지나 기자의 '기자수첩'은 다시 돌아왔지만 임 내정자의 경제부총리로서 임무는 시작은커녕 '그날' 이후 올스톱(All-stop) 상태다. 아직까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퇴임을 준비했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나 아직 주인이 물러나지 않아 쉽사리 경제 정책을 지휘하지 못하는 임 내정자나 답답하긴 매 한가지일 것이다.
경제 수장이 자리잡지 못하면서 기획재정부의 확대간부회의 역시 지난달 17일을 끝으로 한 달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그날'의 포부에 한국경제의 또 다른 역할을 기대한 기자는 물론 임 내정자 스스로도, 관계 당국도 김 빠지는 노릇이다.
국내적으론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 대외적으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내우외환'의 한국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경제 수장의 강력한 리더십 만이 현 시국을 타개할 방책이다. 당장은 내달까지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야당은 당시 임 내정자와 함께 청와대의 부름을 받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반감을 이유로 인사청문회를 거부했다.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미움으로 한 달이 다 되도록 경제 수장의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그날'의 임 내정자가 하루 빨리 경제 수장으로 자리해 한국경제가 난파하지 않고 무사히 항해할 수 있도록 야당은 정치와 무관하게 경제부총리에 대한 인선을 매듭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