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추이(수입보험료 기준). 생명보험 14개사, 손해보험 13개사 통계치./보험연구원
실손의료보험 보유 계약 건수 추이(단위 : 천건). 2015년 12월 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 3266만건. 우리나라 국민의 약 65%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금융감독원, 최양호 한양대 교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추이. 지속적인 상승 기록. 2015년 상반기 124.2% 기록./금융감독원, 최양호 한양대 교수
우리나라 국민 30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실손보험과 2000만명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이 대폭 바뀐다. 금융당국은 높은 손해율과 형평성 문제 등으로 말 많은 두 보험을 손질해 보험사와 국민 모두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연구원과 한국보험계리학회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나서 공청회를 후원함으로써 향후 실손보험 제도 개선에 이날 나온 방안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과잉진료 우려 큰 항목 특약으로 분리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은 그간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등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상품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이를 감당 못한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매년 올려왔다. 보험 소비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양호 한국계리학회회장은 공청회에서 "일부 의료기관에서 수익창출을 위해 도수치료를 무분별하게 시행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의학적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비급여 주사제를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해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쇼핑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앞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가입자에겐 보험료를 환급해주거나 할인해 준다. 또 보장구조를 '기본형'과 '특약'으로 구분해 판매한다.
단독형 실손의료보험-패키지상품 비교./최양호 한양대 교수
최 학회장은 과잉진료 방지를 위한 상품구조 개선과 단독형 실손보험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상품의 보장항목 중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증식치료·비급여 주사제 등 과잉진료 우려가 큰 항목은 특약으로 분리하고 이를 배제한 기본형 상품의 보험료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특약의 경우 가입자가 부담하는 의료비 비율을 20%에서 30%로 조정될 전망이다.
또한 건강보험 상품에 특약 형식으로 실손보험을 끼워팔고 있는 업계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 실손보험은 다른 보험상품과 분리해 판매토록 개선키로 했다. '기본형+특약' 형태의 상품도 이러한 실손보험 단독화가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 차등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자동차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금을 많이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차등을 둬야한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무사고·무청구자 보험료 환급제도를 도입하고 보험금 수령 실적에 연계한 보험료 할인제도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사람에게 보험료를 되돌려 주거나 그만큼 할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보험료 차등제도는 독일과 영국 등에서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 형평성 제고와 손해방지 촉진 차원에서 적용되고 있다"며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이용 접근성 제한 가능성과 적용 대상에 대해 유의하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적은 운전자에 낮은 할증률 적용
내달 중에는 자동차보험에서 과실비율을 따지는 과실상계와 이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 비율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자동차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이듬해 보험사는 할인할증요율과 사고건수요율을 통해 할증된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 당사자 간 과실비율의 차이를 반영해 할증 폭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과실이 적은 선량한 피해자에는 낮은 할증률을 적용하고 난폭운전으로 사고에서 큰 과실을 범한 운전자에게는 높은 할증률을 적용하겠다는 것.
현재 금융감독원은 보험개발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아 새로운 자동차보험료 부과 체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청회에선 운전자의 주장에 의존하기 쉬운 현행 과실비율 산정 방법을 보완해 증거 확보 등의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 한 명이 여러 대의 차량 보험에 가입한 경우 각 차량에 대한 보험료율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될 전망이다. 현재는 보험사들이 두 차량에 대해 똑같은 요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사실상 두 번째 차량의 경우는 자녀나 배우자 등 가족이 주로 운전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왔다. 보험업계는 두 번째 차량의 경우 보통 손해율이 10% 가량 높다고 설명한다.